[사설]노조전임자 임금이 2만 명 일자리 빼앗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35개사 노조전임자의 작년 평균 연봉이 6327만 원으로 근로자 평균 연봉의 2배를 넘었다고 밝혔다. 전경련 조사 결과 노조전임자들은 파업 기간에도 임금과 초과 근로수당을 빠짐없이 받았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는 일반 노조원에 비해 두둑한 특혜를 받는 노조 간부들이 수두룩한 것이다. 대기업 노조위원장 10명 중 4명은 임원 수준의 연봉이었다.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노조위원장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노조 간부에게 그랜저, 쏘나타 등 전용차량과 유류비를 제공한다. 심지어 16년 동안 노조전임자로만 있었던 사례도 있다니 이런 사람을 근로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전국 노조전임자에게 지급된 전체 임금 4288억 원이면 약 2만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다. 노동귀족들이 일자리에 목마른 젊은이의 기회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회사 일은 하지 않고 월급 받는 노조 간부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노조법상 규정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의 시행이 13년간 유예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교섭 활동에 한해 유급 처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에서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웃 일본에서 노조전임자는 휴직 처리되고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한다.

유독 우리나라만 사용자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유예되는 동안 전임자 수는 노조 1곳당 2002년 2.2명에서 2008년 3.6명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니 노조에 전임자 감축의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사 양측은 전임자 급여 금지와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 아직도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어제 실무회담에서 ‘복수노조는 1년 준비기간을 거친 뒤 2011년부터 시행하고, 전임자 급여 금지는 근로자 수 3만 명 이상 사업장에서 내년부터 시행하며, 그 이하는 단계적으로 3년 안에 모두 시행’하기로 의견이 접근했으나 경총의 반응이 변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전임자 급여 금지를 대기업만 먼저 시행하면 노동계 투쟁의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하며 경총 탈퇴를 발표했다.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률에 따라 그대로 시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노사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양측은 머리를 맞대고 집중 협상을 벌여서라도 연내에 타결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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