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법 합의, 얽히고설킨 利害 봉합한 고육지책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한국노총과 경영자총협회, 노동부는 어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3자 협상을 타결했다. 노사정은 내년 7월부터 모든 사업장의 노조 전임자에게 회사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복수노조는 2년 6개월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합의를 토대로 연내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문제는 1997년 3월 여야 합의로 노조법에 규정됐지만 13년 동안 세 차례 유예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말로 3차 유예기간이 끝나면 내년부터 현행법대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노사 간은 물론 기업간, 노동단체 간에도 우선순위를 둘러싼 사사(使使) 갈등, 노노(勞勞) 갈등이 겹치면서 노조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번 합의는 여러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얽히고설킨 이해(利害)를 봉합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성격이 짙다.

전임자 임금 지급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하지만 노조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고충처리와 산업안전보건, 단체교섭 준비 활동 등에 참여하면 그 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하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하기로 해 새로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노조업무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노조가 회사 지원액을 더 받기 위해 쟁점으로 삼을 경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사실상 무색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스페인처럼 회사 지원액의 한계를 미리 정해놓거나 ‘노조 활동’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기할 필요가 있다. 전임자 급여 지급 시 처벌 대상을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은 복수노조 허용 이후 노사관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교섭창구 노조를 비례대표제로 할지, 과반대표자로 할지 등 단일화 방식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부 야당과 민주노총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법제화 반대와 복수노조 조기허용을 주장하면서 합의안에 반발했다. 전임자 임금 지급 여부를 법이 아니라 노사 협의에 맡길 경우 임금을 주지 않고 버텨낼 기업이 드문 현실에서 무책임한 주장이다. 여야는 노조법 처리 과정에서 정파적 이해를 떠나 기업의 성장과 건전한 노동운동 정착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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