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국회 선진화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그제 여야는 10일부터 한 달간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처리 시한(2일)은 이미 지났고, 정기국회 폐회일(9일)까지도 올해 예산안과 미처리 법안 심의를 끝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벌써 7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도 대충 예상이 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법만 제대로 지켰어도 이런 일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법은 9월 1일 정기국회를 개회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디어관계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에 그날 개회만 했지 정상 가동은 9일이나 늦었다. 국정감사법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원칙적으로 9월 10일부터 20일간 해야 하는 데도 그보다 25일이나 늦은 10월 5일에야 시작됐다. 그 후 10·28 재·보선을 치르느라 또다시 시간을 낭비했으니 실질적으로 예산심의 착수 자체가 법에 정해진 시기보다 40일가량 늦어졌다. 국회법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대로 상임위가 굴러간 적은 거의 없다. 야당이 거부하면 상임위 운영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에서 툭하면 폭력이 발생하고, 의사(議事) 진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법의 미비 때문은 아니다. 국회법은 회의장에서 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 폭력이나 소란으로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수결에 따른 의결이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도 법에 규정돼 있는 내용이다. 심각하게 국회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은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토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마저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한나라당은 그제 국회에서 질서 유지와 폭력 방지 및 처벌 강화, 국회 운영 및 제도 개선을 위해 7개의 관련 법 제정·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내 폭력 사태나 의사진행 방해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폭력을 행사한 의원의 경우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자동으로 제명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회가 이런 극약처방까지 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게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다. 법개정을 둘러싸고 폭력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있는 법만 잘 지켜도 국회를 선진화할 수 있는데….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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