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발사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무게 100t, 길이 56m의 거함은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엔진에서 뿜어 나오는 섬광과 천둥소리를 남기고 순식간에 하늘로 솟아올랐다. 지난달 16일 미국 플로리다 주 동부의 메리트 섬에 위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 케네디우주센터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미디어센터 잔디밭에서 지켜보던 수백 명의 관중은 환호성을 질렀다. 떨리는 가슴으로 애틀랜티스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이들은 한참 동안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5분도 채 안 돼 끝난 화려한 ‘우주선 쇼’는 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이날 우주왕복선의 성공적인 발사 뒤에는 수개월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준비해 온 수천 명의 엔지니어가 있다. 우주왕복선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기계장치라고 말한다. 우주왕복선은 250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졌다. 내부에 들어간 전선을 연결하면 370km에 이른다. 사소한 기계적 결함이나 헐거운 볼트조차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 1986년 챌린저호 폭발과 2003년 컬럼비아호 화재의 비극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NASA의 엔지니어들은 우주왕복선 발사 준비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애틀랜티스호 발사 다음 날 케네디우주센터의 내부시설을 둘러보면서도 NASA가 우주왕복선 발사를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 공개를 꺼리는 NASA는 국무부의 요청으로 이례적으로 외신기자에게 일부 시설을 공개했다. 이곳 핵심시설 중 하나인 우주왕복선 정비동에서는 내년 2월 4일 발사가 예정된 인데버호의 점검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엔지니어 몇 명은 인데버호의 바닥에 부착된 2만4000개의 세라믹 특수 타일을 일일이 육안으로 검사하고 있었다. 이 타일은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 바닥 면이 섭씨 1600도의 열에 녹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육중한 랜딩기어를 점검하는 엔지니어도 있었고, 연료실 안에서 작업하는 기술자도 있었다. 완벽한 상태가 확인되지 않으면 우주왕복선은 이 정비동을 떠나지 못한다.
이처럼 빈틈없는 사전 준비와 점검은 1958년 창설 이후 미국을 우주개발 최대 강국으로 만든 NASA의 저력인 듯 보였다. 사실 현재 NASA는 안팎으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밖으로는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 등 여러 나라로부터 우주개발을 향한 미국의 독주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도전을 받고 있다. 달에 우주기지를 세우고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낸다는 차세대 우주개발 계획 ‘컨스털레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배정이 제대로 될지 불투명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공 여부도 불확실한 NASA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부정적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NASA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흔들리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NASA 창설 이래 미래가 확실해 보였던 적은 없었다”며 “언제나 그랬듯 우주개발이라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갖추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케네디우주센터를 돌아보던 중 한 건물 입구에는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의 승무원 등 NASA의 우주개발 과정에서 희생된 우주인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사진 옆에는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할 것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한국도 나로호의 발사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우주개발에 대한 도전정신을 잃지 말라는 조언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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