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종대]중국의 아전인수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7일부터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는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유엔 기후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2020년까지 지구촌의 탄소배출 증가 추세를 꺾고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까지 탄소배출량을 줄여야만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렇게 합의해 목표량을 달성해도 지구 기온은 2도가량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성공의 관건은 중국과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06년 중국과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60억2000만 t과 59억 t으로 전 세계 배출량 292억 t의 40.8%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급증 추세다. 1990년 22억9000만 t이었던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지난해 68억1000만 t으로 미국(63억7000만 t)을 크게 앞질렀다.

기후회의를 앞두고 세계 각국은 감축 목표를 속속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최고 30%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일본은 25%를 제시했다. 탄소배출량 감축에 미온적이던 미국도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7%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역시 지난달 25일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수치만으로 보면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하지만 기준이 다르다. 미국 일본 유럽은 절대량의 감축이지만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탄소배출량’이다. 따라서 이 기간 GDP가 2배로 늘면 탄소배출량은 55∼60% 늘려도 된다.

최근 중국의 GDP는 2005년 18조3868억 위안에서 지난해 30조670억 위안으로 3년 만에 63.5% 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달러로 환산한 GDP는 2조2358억 달러에서 4조4016억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GDP는 2005년부터 2020년 사이에 4배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논리대로라면 2020년 중국은 2005년 배출량(54억 t)의 2.2배까지 늘려도 된다. 따라서 중국이 이를 고집한다면 지구촌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이 같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논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에 투자한 채권의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 정부에 달러를 찍어 경기를 부양하지 말라고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외면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중국처럼 자국 화폐의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흑자를 꾀한다면 세계는 환율 전쟁과 무역 대란을 피할 수 없다.

또 중국은 티베트나 위구르 지역의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탄압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하라는 외국의 조언은 “내정 간섭”이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한다. 현재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며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한 것도 세계 역사계의 주류 흐름과 배치되는 논리다. 중국의 일부 학자는 한 술 더 떠 중국에 탄소배출을 더 많이 줄이라고 요구한다면 중국은 정치사회적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도 지구온난화의 재앙은 피하기 어렵다. 최근 광저우(廣州)일보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해발 3∼5m의 상하이(上海)는 2050년 해안지역의 상당부분이 바닷물에 잠길 거라고 한다. 이상기후로 베이징(北京)은 이미 물을 뿌려주지 않으면 가로수도 살기 힘든 도시가 됐다.

중국은 이제 이 같은 아전인수는 부메랑이 돼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하종대 국제부 차장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