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기련]천연가스 확보, 글로벌 녹색경쟁 채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세계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마침내 명시적 온실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감축량은 상징적인 수준이지만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에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할 것이 분명하다. 이 논의가 인류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국가 간의 무한 녹색경쟁만을 예고할 것 같아 걱정이다. 한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개발도상국 최고수준(2005년 기준 4%)으로 줄이겠다고 공표한 일은 시의적절했다. 그렇지만 온실가스 감축에는 큰 비용이 든다. 한국은 앞으로 5년간 107조 원(국내총생산·GDP의 2%) 규모의 녹색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투입의 2배쯤 되는 추가 성장효과가 기대된다. 긍정적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글로벌 녹색시대 진전 방향, 녹색기술 혁신 여부, 녹색산업의 국제경쟁력 등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

녹색경쟁의 수단으로서 온실가스 감축능력이 활용될 것 같다. 에너지 부국과 기술대국을 중심으로 청정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의 고(高)탄소제품 무역규제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국이 우위를 확보한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을 통한 온실가스 해결과 석탄소비 지속을 미국이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온실가스 절감 후유증으로 에너지 안보 악화에 직면할 국가도 속출할 것이다. 중국의 무차별적인 해외에너지 확보 전략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위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당위론적 환경논리에 치중하고 기술개발 등 불확실한 장기대책에 집중했다. 한마디로 실효성 있는 글로벌녹색경쟁 대응책이 부족하다. 경기부양 예산의 80%를 녹색부문에 집중한 우리는 ‘실패할 자유’도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투자효과가 가장 확실한 에너지산업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 온실가스의 85%가량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문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는가? 단기 측면에서는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절약이다. 다행히 우리는 에너지절약 목표관리제를 강력히 시행할 계획이다.

청정연료의 안정적 확보 노력은 답보상태에 있다. 고유가 등 불리한 외부 여건 때문이다.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치중했으나 대량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대량 확보가 가능한 국제여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려 250년 이상 생산 가능한 새로운 천연가스자원이 미국 등의 석탄층이나 혈암층에서 발견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합한 청정에너지원인 천연가스 대량 발견을 조용한 혁명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두바이 사태에서 보듯 경제위기가 일부 국가에서 지속되면서 신규투자가 급감하는 지금이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확보의 최적기이다. 가격 면에서도 그러하다. 유가는 금년 초 이후 약 80% 올랐다. 가스가격은 40% 이상 하락한 후 최근 완만한 상승추세이다. 경험상 유가는 열량 기준 천연가스가격의 2배 수준이 정상이지만 요즈음은 4배 수준을 오르내린다. 천연가스 가격상승을 예고하는 강력한 징후이다.

한국은 대형투자능력이 부족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LNG를 현물시장에서 사왔다.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포기한 LNG 설비의 공급능력의 확보 등 그동안 못했던 장기도입 계약을 확대해야 한다. 녹색전략의 성공 사례를 만들려면 100조 원 규모로 계획한 녹색에너지산업 장기육성자금의 조기집행도 고려해야 한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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