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인찬]저질 방송프로 퇴출, 솜방망이론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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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시청자가 방송 내용에 만족할 때까지 무기한 중점 심의를 지속하겠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개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10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한 기자 세미나. 이 자리에서 이진강 위원장은 지상파와 케이블 등에 확산된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근절 의지를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10월 16일부터 시행 중인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심의 현황부터 소개했다. 방통심의위는 한 달 반 동안 저속한 발언과 비윤리적 비과학적 생활풍조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사과’ 등 모두 21건의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불륜 남녀를 여과 없이 내보내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를 받은 MBC 드라마 ‘밥줘’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예전부터 막장으로 불린 드라마도 있었지만 밥줘는 너무 지나쳤다”고 말했다.

김양하 방송심의실장은 “개그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 심의에 들어간다”며 “일부 개그 프로에서 여성의 몸매나 얼굴을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어 외모 지상주의를 만연시키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 심의 대상 프로그램의 하나로 KBS2 개그콘서트의 코너 ‘그냥 내비둬’를 꼽았다. 이 코너는 뚱뚱한 개그우먼의 외모를 자주 비하하는데 6일 방송에서는 이수근이 여성 출연자 김민경에게 “혼자서 라면 30봉지를 끓여 먹는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또 스타들이 20여 명씩 출연해 신변잡담과 민감한 사생활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을 집중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방송 광고나 인터넷 동영상의 선정성 폭력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KT는 최근 ‘올레’ 광고의 ‘금도끼편’과 ‘백만장자편’이 여성을 비하한다는 한국여성민우회의 지적을 받고 스스로 중단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 경우 심의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다매체 시대가 열리면서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저질 프로그램의 범람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도 KBS2 ‘미녀들의 수다’는 “키 작은 남성은 루저(패배자)”라고 한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가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럼에도 방송 곳곳에서 저질 잡담이나 막말 등이 이어지는 이유는 방통심의위의 부주의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이날 기자에게는 집중 심의 의지를 밝히는 이 위원장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방통심의위가 전방위 무기한으로 의지를 밝힌 만큼 그 성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돌려주기 바란다.

황인찬 문화부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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