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72년 전인 1937년 12월 13일은 중국에서 가장 잔인한 학살이 시작된 날이다. 이날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은 이듬해 1월까지 무고한 시민 수십만 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이 사건은 일본인에 대한 중국인의 뿌리 깊은 반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와 관련한 기록이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중국인의 반일감정은 솟구쳤다.
중국 언론은 올해도 기념일인 이날 난징에서 시민 5000명이 모여 추모식을 열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대학살과 관련한 뉴스는 거의 없었다. 올해 추모식에서 장쑤(江蘇) 성 고위관리는 “중일의 우애와 상호협조가 근본적으로 양국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난징대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날을 세웠던 옛 모습을 언제부턴가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중일 양국의 언론매체는 올해 5∼6월 양국 대학생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지속 상승’, ‘양국 대학생들, 양국 관계 매우 중시’ 등으로 나타났다.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등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명문대 학생 1008명이 참가한 이번 조사에서 45.3%가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거나 비교적 좋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호감도가 2%포인트 올랐다.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야지 역사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본 대학생 49.2%도 “중국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거나 비교적 좋다”고 응답했다. 나아가 중일 학생들은 각각 93.9%와 97.6%의 비율로 “양국 관계가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양국 지도부의 관계 개선 움직임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본 집권 민주당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사상 최대 규모인 국회의원 142명을 대동하고 중국을 찾았다. 그는 “양국 친선을 위한 노력을 중국 측도 알게 됐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일본 민주당 집권 이후 중일 관계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최근 중일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조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본의 기술과 자금, 중국의 시장이 결합하는 차이팬(chipan) 시대로 연결될지, 그리고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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