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4일 광주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공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전남 영광군 법성포의 한 굴비상가에 들렀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이낙연 의원의 친구가 하는 집이라고 해서 왔다”며 주인에게 굴비 가격, 부인의 건강 등을 물은 뒤 굴비 몇 손을 샀다. 당시 이 의원이 대통령 옆에서 안내하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남 함평-영광지역구 출신으로 현재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이다. 대통령이 최근 호남을 두 차례 방문했을 때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의 태도를 놓고 민주당 지도부에서 공천 배제 운운하는 모습을 보였던 데 비해 이 의원에 대한 군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연말 국회와 관련해 요즘 국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4개 상임위원회가 있다. 16개 상임위 중 농림위가 법안처리 실적 1위로 평가됐는데 비결은 이 위원장의 매끄러운 상임위 운영에다 당론보다 상임위가 중심이 돼 끝장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란다. 2위인 지식경제위원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교육과학기술위원회(13위)와 환경노동위원회(11위)는 ‘불량 상임위’로 꼽히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4개 상임위는 모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찌 보면 어느 당 소속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림위와 지경위가 지난해 5월 31일부터 지금까지 60% 안팎의 법안처리율을 보인 데 비해 교과위는 8.9%(32건), 환노위는 14.7%(59)에 불과했고 특히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과위엔 327건, 환노위엔 344건의 법안이 산적해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0일 “추미애 환노위원장, 이종걸 교과위원장은 사퇴하라”고 포문을 연 데 이어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2명은 “민주당의 독선적 운영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역시 다분히 ‘정치적 쇼’이고 다수당의 독선이란 비판을 받을 만하다.
눈총이 따가웠던지 환노위는 18대 국회 개원 1년 5개월 만에 11일 부랴부랴 법안심사소위를 꾸렸다. 추 위원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취소했다. 환노위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노사정 합의안을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 추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안 논의 때 배제됐던 민주당과 민주노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다시 원점에서 다자(多者)간 회담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 시한이 18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올 7월 초미의 관심사였던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끝까지 거부해 독선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과 노동계는 현행 제도 유지를 위해 법안 상정을 무산시켰지만 이번에 복수노조 허용 등을 거부할 경우 현행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오히려 쫓기는 쪽은 민주당이다.
환노위는 14일 노사정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관계법 공청회를 개최한다. 농림위와 지경위가 여야 합의를 통해 베스트 상임위로 뽑힌 것처럼 환노위도 ‘워스트(worst) 상임위’란 꼬리표를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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