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대체휴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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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죠. 금요일이나 다음 월요일에 하루를 쉬는 대체 휴무제를 도입하면 신나겠죠? 휴일의 확대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 관광 관련 소비를 진작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의 부담이 커지므로 연차휴가 사용 독려 등 현행 제도 활용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어느 쪽에 찬성하십니까?》
[찬] 삶의 질 높아지고 경제 활성화
공휴 3, 4일 늘면 관광지출 1조 증대


대체공휴일제 도입 시 일부 산업계는 사업 경영과 관련된 인건비 증대로 생산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듯이 보인다. 반면에 대부분의 국민과 근로자는 잃어버리는 공휴일에 대한 허탈감과 심리적 불편함을 토로하고 제도 개선에 관심을 보인다. 이제 우리도 세계 경제에서 선진국 대열에 있고 주5일 근무제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국민의 사회적 가치관도 휴식 및 여가활동을 근로활동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두는 방향으로 변했다.

휴일은 다양한 문화참여 활동과 여가관광 활동을 통해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계의 생산을 촉진하는 소비 진작의 촉매제로 사회 문화 경제적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 프랑스와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시행했던 휴일 확대 정책이 실효를 거둔 바 있어 휴일 촉진 및 공휴일 제도 개선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일본에서도 민간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 아래 2003년 해피먼데이 공휴일 제도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면 공휴일은 현재보다 3, 4일 늘어난다. 또 문화활동과 관광여행 확대에 따른 소비지출 증대는 산업 간 연계효과로 국민경제의 생산파급효과와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여행이 현재보다 약 7 %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관광 지출은 연간 1조900억 원, 고용창출은 3만3000명의 순증대효과가 기대된다. 관광여행 및 여가활동 관련 민간 소비지출의 촉진은 기업의 판매량 증대로 기업의 수익보장과 가계 부문의 고용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공휴일의 증대가 사업체의 인건비 부담 때문에 생산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산업계의 주장은 민간 소비지출의 경제적 파급효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자. 일에 편중된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 스트레스로 신체질환이 증가하고 가족의 결속력이 느슨해지는 등 사회 문제가 된다. 이는 결국 국민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주5일 근무제의 확대 도입으로 근로환경이 개선됐지만 위험을 수반하는 산업체의 근로자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없으면 산업재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충분한 휴가 여건을 보장하면 근로자의 안전 확보와 근로자의 귀속 의식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노동 생산성 향상은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킨다. 따라서 대체공휴일제의 효과적인 활용은 일과 여가 간의 불균형 해소, 자기계발 및 가족 간 유대 강화, 산업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건강한 사회의 기반이 된다.

대체공휴일제 도입으로 일부 산업계에서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문화 경제 및 국민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볼 때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대체공휴일제 도입에 공감할 것이다.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서 대체공휴일제가 바람직하게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이강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반] 기업 인건비 어떻게 감당하나
연차휴가만 다 써도 효과는 비슷할 것


정부가 내년에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우선 취지에 공감하는 면이 적지 않다는 점을 밝힌다. 많은 국민도 찬성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대체공휴일 도입에 따른 문제나 부작용은 없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공휴일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휴일을 국민 모두가 쉬는 날로 오해하는 듯하다. 정확히 말해 공휴일은 관공서가 쉬는 날에 불과하다. 상당수 기업이 내규나 단체협약을 통해 공휴일을 휴일로 따를 뿐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주말에 손님이 많은 업종이나 연중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체에서는 일요일 대신 주중에 휴일을 주고, 공휴일은 휴일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600만 명 가까이 되는 자영업자는 토·일요일이나 공휴일과 무관하게 일한다. 농림어민 157만 명, 단순노무 종사자 300만 명에게도 주말이나 공휴일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쳐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률적인 대체공휴일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체공휴일 도입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휴일에 근로자를 근무하게 하려면 기업은 50%의 임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 대체공휴일을 도입할 경우 그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기업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한다. 한 기관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대체공휴일 도입 시 석유화학·철강·유통·숙박 등 4개 업종에서만 휴일근로수당으로 1조4000억 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휴가를 실질적으로 늘릴 다른 방법은 없을까? 우선 연차휴가를 제대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적게는 15일에서 많게는 25일의 연차휴가를 준다. 근로자가 실제 사용하는 연차휴가 일수는 사용가능일수의 4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인은 몇 가지 있겠지만 이렇게 주어진 휴가도 다 쓰지 못하는 마당에 추가로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할 필요는 적어 보인다. 공공부문부터 샌드위치 데이나 명절 전후로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한다면 대체공휴일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굳이 대체공휴일을 도입하려면 공휴일을 그만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공휴일로 정할 필요가 적은 국경일은 국가적으로 기념만 하고, 특정날짜로 되어 있는 공휴일을 몇 월 몇째 요일로 한다는 식의 요일제로 변경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기업의 경영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칠 대체공휴일제 도입을 아무쪼록 신중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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