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열풍은 미국 밖에는 몰라도 미국에는 이제 없다. 그의 인기는 상징적 문턱인 50% 아래로 떨어졌다. 민주당은 여전히 그를 붙잡고 있지만 더는 한마음은 아니다. 1년 전 그에게 열광했던 젊은이와 독립파(공화당 편도 민주당 편도 아닌 유권자)도 그를 버렸다. 최초의 환상은 사라졌다. 미국인은 그를 대통령으로 보는 데 익숙해 피부색은 부차적이 됐다. 사실 미국인의 3분의 1이 흑인이어서 흑인이라는 사실이 특별할 게 없다. 오바마 열풍은 그가 조지 W 부시의 안티였다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오바마의 존재감이 지난 1년간 압도적이어서 부시는 벌써 오래전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처럼 잊혀졌다. 그 결과 앞으로는 오바마가 미국병을 치유할 책임을 질 유일한 사람이다.
오바마는 실패했다. 그가 선택한 정책이 그가 봉착한 난관의 원인이다. 미국인의 가장 주된 관심사인 경제에서 대규모 공적지출은 실업사태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국가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직장은 행정부와 몇몇 거대 자동차 기업과 금융회사뿐이다. 이런 편향은 선거에서 오바마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자동차노조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행정부에 대리인으로 둔 월가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진정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의 세계(실물경제), 즉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희생양이 됐다.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할 오바마는 중소기업가에게 높은 세금을 물릴 것이다. 은행은 기업보다는 리스크가 없는 국가에 대출하는 것을 선호해 중소기업으로는 돈이 돌지 않는다.
메인스트리트의 마비는 의료보험 확대정책으로 악화된다. 이 정책은 고귀하지만 그 비용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이 대야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오바마의 노력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불확실성을 뿌리고 세금과 각종 부담을 늘림으로써 고용을 얼어붙게 하고 혁신을 늦췄다. 오바마는 1930년대 경기침체를 연장시켰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루스벨트 행정부처럼 오바마 행정부도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치명적 자만심’에 사로잡혀 시장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무역을 신봉하지 않는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외교정책도 성과가 없다. 미군은 철수 시간표 없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략도 바꾸지 못했다.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팔레스타인 티베트에 대해서도 그는 무력함을 드러냈다. 부시와 달리 인권을 외치지 않았음에도 어떤 독재자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미국에서 분노는 커지고 있다. 세라 페일린은 반란의 아이콘 중 하나다. 벌써 2010년 의회선거는 복지 확대와 물러터진 외교 중립주의에 적대적인 공화당의 승리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년 전 승자였던 오바마가 1년 후에는 레임덕이 될 것인가. 그는 역사 속에서 그 존재감이 적지 않은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급변한 정책에도 미국은 살아남을 것이다. 관리는 엉망이었지만 미국의 경제는 세계 부(富)의 4분의 1을 생산하고 달러는 유일한 기축통화로 남을 것이다. 난관에 봉착하긴 했지만 미군은 아직 적수가 없다. 가난해지긴 했지만 미국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의 거의 전부를 배출하고 세계 특허의 30%를 낸다. 오바마든 아니든 상관없이 금세기는 미국의 세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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