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특성상 창해(蒼海)를 누비고 다니는 일이 많은 필자에게 블루오션은 경제용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가 대양 탐사 최초로 오대양 중 하나인 인도양의 해저열수광상을 탐사한다. 해저열수광상은 열수, 즉 뜨거운 유체에서 금 은 구리 아연 납 같은 금속이 해저 지각에 침전하여 형성된 광상을 말한다.
바닷물이 지각의 틈을 따라 심부까지 들어가면 뜨거워진다. 뜨거운 커피에 설탕이 더 잘 녹듯 열수는 주변 지각의 금속성분을 더 잘 녹여 많은 금속을 간직한다. 이 열수의 온도와 압력이 충분히 높아지면 다시 지각의 틈새를 따라 지표로 상승한다. 열수가 상승하면 열수의 온도와 압력이 다시 떨어져 금속성분이 주변 지각에 농집된다. 냉장고에 넣어둔 꿀통에 하얀 결정이 생기듯이. 지구상에는 이런 틈새가 집중되어 분포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지판이 생성되며 서로 갈라지는 중앙해령과 지판이 서로 충돌하여 없어지는 섭입대가 그곳이다.
해저열수광상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자세한 해저면 지도는 극히 일부만이 작성된 상태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해저 지형에 대한 정보는 달이나 화성 표면보다 훨씬 덜 알려졌다. 보물지도 없이 보물섬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달이나 화성에서 물을 찾는 탐사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탐사자는 열수분출구에서 뿜어져 나와 넓게 퍼지는 블랙스모커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각 심부에서 데워진 열수는 해저로 올라오면서 온천처럼 해저 바닥 위로 용출되는데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듯이 열수의 금속성분이 급속히 침전하며 미세한 입자를 이루어 해수에 흩어지는 이른바 블랙스모커가 된다. 블랙스모커가 있으면 부근에 규모가 큰 열수광상이 부존할 확률이 높다.
인도양은 크게 세 개의 지판으로 구성되며 지판의 경계부는 지각이 갈라지는 해령으로 구분된다. 인도양 해양 지각판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구성하는 지각판보다 해령이 갈라지는 속도가 매우 느려 해양판의 이동속도가 느리다. 해양판의 이동속도가 느리면 열수의 이동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주변 지각과 반응하는 시간이 길어 광상의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 해령에 대한 자원 탐사는 미국과 유럽의 자원 선진국이 주도하지만 인도양을 탐사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중국 등 5, 6개국에 불과해 인도양은 우리에게 또 다른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인도양 해령 전체 면적 중 극히 일부만이 연구돼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열수광상 부존 가능성이 높은 곳을 찾는다면 인도양 해저광물자원 개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다. 특히 인도양 해령은 특정 국가의 배타적경제수역에 속하지 않는 공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곳의 열수광상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진 나라가 크고 좋은 광체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아는 것이 힘이 된다.
지중해의 청동기문화를 꽃피웠던 키프로스의 영화는 과거 지질시대에 해령에서 형성돼 육상에 노출된 막대한 규모의 해저열수구리광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광산은 키프로스인에게는 지중해라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블루오션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금속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속자원 시장은 현재 레드오션이다. 이를 푸르게 바꿔 줄 곳은 어디에 있을까? 금속으로 문명을 일으킨 인류에게 아마도 블루오션은 푸른 바다 저 밑에 있는 것 같다. 푸른 바다 인도양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블루오션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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