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변호사 ‘희망 바이러스’ 확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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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경기침체로 어려운 겨우살이에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겹쳐 가정마다 한숨소리가 깊어만 간다. 그런데 꽁꽁 얼어붙는 날씨에도 서울 어느 곳에선 향기로운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으니, 바로 변호사와 저소득층 자녀가 함께 만드는 희망 바이러스다. 올해 서울변호사회가 동아일보사,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시작한 ‘2009 함께하는 희망찾기-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이 참여변호사 1083명, 결연 학생 1356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변호사의 대표적인 사회 나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나눔 운동에 이처럼 많은 변호사가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2년 동안 결연학생에게 매월 일정한 금액을 후원하고 멘터 역할까지 해야 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캠페인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결연학생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결연사업의 성공은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층인 변호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적극 앞장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 변호사 중에는 고학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큰 좌절을 맛본 이가 많다. 법조인이 되어 어려운 이에게 봉사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고달픈 수험생활을 이겨냈던 이도 많다. 스스로 꿈을 이루어 낸 사람으로서 이제 다른 이들이 꿈을 이루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보람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결연사업의 진정한 목적은 꿈과 희망의 나눔이다. 멘터 변호사가 겪었던 어린 시절의 방황과 갈등, 이를 극복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던 꿈과 희망을 나누고 청소년이 현재의 시련을 딛고 목표를 이루도록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경험을 어린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조언을 하므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자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10명의 멘터가 됐다. 대부분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밝고 건강한 아이들이다. 중2 훈익(가명)이는 장래 희망이 과학자이다. 현미경으로 꽃가루를 관찰하니 너무나 신기하다고 깔깔댄다. 중3 미경(가명)이는 무대 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다. 방과 후 무용교실에 가서 신나게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싹 해소된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들에게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주고, 작지만 정성 어린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면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희망 바이러스 캠페인은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가 확산되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변호사의 기부활동 소식이 전해지자 112개 공기업의 감사들이 동참의사를 밝혀 왔고 법원, 검찰 등 법조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역으로 기부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고 있다. 조그만 씨앗이 풍성한 열매와 든든한 뿌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기부문화의 성숙도는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세계적 부호 워런 버핏은 세 자녀에게 어떠한 재산도 물려주지 않는 대신 자선재단을 만들어 기부의 가치를 물려줬다. 이제 우리도 사회에 공헌하는 삶의 가치를 우리 청소년에게 가르쳐야 한다. 정부는 획기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기부를 권장해야 한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학교, 병원, 어린이와 노인복지시설,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인 성공에 비례하여 사회에 대한 환원의 몫도 커진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아름다운 운동에 동참하여 우리가 사는 이곳이 좀 더 따뜻하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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