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심서도 유죄 받은 ‘언소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지난해 촛불시위 때 기업들을 상대로 메이저 신문들에 광고를 싣지 말도록 압박하는 운동을 주도해 기소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회원 24명 중 15명에게 어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나머지 9명은 가담 정도가 가볍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가 선고되고, 일부는 1심 형량보다 감형되거나 사안별로 유무죄가 바뀐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광고중단 압박행위가 불법적 소비자운동이며 광고주와 신문사에 대한 업무방해임을 인정한 판결 취지는 1심 판결과 다름없다.

언소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광고를 낸 기업들에 협박전화를 걸도록 조직적으로 선동했다. 상당수 기업은 실제로 심각한 위협을 느껴 세 신문에 광고를 중단하거나 광고예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집단적 전화걸기와 인터넷 홈페이지 공격으로 기업의 업무를 마비시켰다. 심지어 24명 전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1심 판사에겐 인신 비방과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패악까지 부렸다. 자기들만 정의롭다는 독선(獨善)에 빠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행태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언소주의 행위를 정당한 소비자운동으로 볼 수 있는가에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광고주들에게 가하는 지속적 집단적인 광고중단 압박행위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威力)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광고중단 여부 결정을 기업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이는 신문사가 감내해야 할 범위에 속한다”면서 “그러나 언소주는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심각하게 제압할 정도에 이르러 정당성이 없고 사회 상규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광고주와 메이저신문을 협박하고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방해하면서도 ‘소비자운동’이라던 언소주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급심 판결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언소주는 올해 2월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승복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계속했다. 6월 이후에는 제약회사와 삼성 계열사, 관광여행업체를 대상으로 메이저신문에 광고 게재를 중단하라는 협박을 했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를 싣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까지 함께 벌였다. ‘광고매체 선택의 자유’를 유린하는 조직적 폭력이 횡행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시장경제와 언론자유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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