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초중고교가 지켜야 할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의 초안을 내놓았다. 김상곤 교육감은 “학생이 인권의 주체가 되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의 하나”라며 자화자찬(自畵自讚)했다. 그러나 조항을 찬찬히 뜯어보면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안 16조는 ‘학생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특히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학생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내용이다. 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반성문이나 서약서를 쓰게 하는 것을 두고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까지 거론할 일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조례안을 마련한 자문위원회가 연구보고서라며 소개한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지침서’는 그 예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강제하거나 특정 국가관을 강요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자문위원회 해석대로라면 경기도 학교에선 학생 조회를 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키거나,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가관을 가르쳐도 학생인권에 반(反)하게 된다. 요즘 일부 좌파단체가 국민의례를 하지 않고 민중의례를 하는 흐름과 맥이 닿는 것으로 보인다.
초안 20조는 ‘학생은 학교 운영 및 교육청의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사고가 미성숙한 초등학교들도 학교 인사와 경영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외의 집회 권리를 허용한 것도 의도가 궁금하다. 신체와 지혜의 발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성인과 같은 수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의 조례는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김 교육감이 좌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문서처럼 보인다. 자문위원회의 곽노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좌편향 논란을 빚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자문위원인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전교조 간부 출신이며 나머지 위원들도 대체로 이른바 진보단체 관계자와 김 교육감 지지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좌편향된 초안이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교육위원회와 도의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왜곡된 사고방식을 지닌 김 교육감과 주변 사람들이 경기도 교육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편향된 교육지침에 따라 교육을 받는 경기도 학생들의 미래까지 과연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