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투쟁 버릇 못 버린 全公勞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법원공무원노조(법공노) 등 3개 노조를 통합하려는 ‘전공노’ 설립신고가 어제 또 거부됐다. 1차 설립신고 때 노동부가 보완을 요구했던 노조 규약의 정치적 성격 부분을 삭제하거나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공무원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무력화하려는 행위”라며 노동부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가 하면 해외 노동자 단체와 연계투쟁도 벌이겠다는 태도다.

전공노의 새 규약은 ‘우리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과 민주사회, 통일조국 건설을 위하여’라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노동부는 이 대목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공무원노조법의 정치적 중립, 정치활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못 박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도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게 하기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한 이유다.

전공노는 시국선언,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민노총 가입 등으로 정치투쟁을 하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밥 먹듯이 위반했다.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떠들지만, 국민 다수의 지지로 탄생한 합법정부를 무슨 자격으로 심판하겠다는 것인가. 공무원 노조의 한계를 넘는 발상이다. 그들은 해직 공무원들의 조합 가입을 배제했는지 여부에 대한 소명자료도 내지 않았다. 해직자 배제 명령을 이행치 않아 합법노조 자격이 박탈되고 노조 사무실 회수조치를 당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지난 20여 년간 정치와 이념투쟁으로 시끄러웠던 노동현장은 모처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극한투쟁을 벌여온 현대중공업, 쌍용자동차, LG전자, KT 등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은 민노총을 이탈한 후 새 노사문화를 개척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환경부, 부산 해운대구 지부에서 보듯이 통합 노조 가입을 철회하고 민노총 탈퇴 대열에 나섰다.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은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청년 백수들의 한숨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정년이 보장된 국민의 공복(公僕)이 고통 겪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거리투쟁 정치투쟁이나 계속 벌이겠다니, 이런 노조의 설립신고는 절대 받아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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