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숙종]도쿄대 한국센터, 日싱크탱크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5일 03시 00분


한일관계의 질적 발전과 양국 간 학술교류 거점 형성을 위해 한국연구센터가 내년 5월 일본 도쿄대에 설립된다고 한다. 한국 역사 문화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전망하는 학술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일본 최고 국립대인 도쿄대가 신청해 설립하는 만큼 일본에 본격적인 한국 연구의 거점을 만들고 생산적인 한일관계 구축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안팎의 기대가 클 것이다. 도쿄대의 한국연구센터가 일본에서 영향력 있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발전하고 또한 한일 양국 간 우호협력관계에 공헌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고려할 요인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학술연구와 정책연구의 균형을 잘 잡아 센터의 외부적 효과를 증대시키는 일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재단은 양국 내 한국학이나 일본학 연구를 위해 상호 지원을 했다. 장기적인 기관 지원 사업의 경우 연구자와 학생이 있는 대학이 주요 수혜자였다. 대학은 속성상 현실 정치나 정책보다는 순수 학술연구와 연구자 교류에 비중을 둔다.

그러나 한국학이든 일본학이든 지역 연구이기 때문에 학술적 의미를 부여할수록 학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게 된다. 따라서 도쿄대의 한국연구센터가 일본 학계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려면 정책연구도 활성화해 다양한 분야의 사회과학 연구자와 정책 관여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대학 연구센터가 싱크탱크적 요소를 통합해 외부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인데 이런 모델은 미국 연구기관에 많다.

둘째는 일본 속에 한국학 또는 한국이해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일이다. 일본 내 한국 연구는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여기에 북한 연구나 한국문화 연구가 추가돼 왔다. 한국이해 교육이란 한글교육이나 문화나 역사탐방이 고작이었다. 전자가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사회적 여파가 작았다면 후자는 피상적이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아 연구 분야로 뿌리를 내릴 수 없었다.

한국에서 일본에 한국연구센터를 지원할 때에는 식민사관을 떨쳐버리고 동등한 한일관계를 확인시켜 주는 새로운 한국 연구를 개발해 달라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IT한국’이나 ‘한류한국’처럼 한국이 성공하는 분야만일 필요는 없다. 한국이 실패한 분야라도 보편타당한 이론적 실천적 연구들과 접목되면 배움의 기회가 생기고, 그런 배움의 기회가 제공될 때 일본 내 한국 연구는 진정 새로워질 것이다.

셋째는 한국학이나 한일관계 연구가 일본, 나아가 동아시아, 또한 세계로 연계되도록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은 부침은 있었으나 동아시아에서 근대화와 민주주의에 성공한 나라로 비서구 개도국에 대안적 발전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 각자의 모델보다는 양국이 공통적으로 성공한 또는 실패한 경험을 모델로 만들어 전파할 때 훨씬 설득력이 있다.

미래를 여는 연구주제를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일 양국 모두 빈곤퇴치 개발원조 환경 인간안보와 같은 글로벌 어젠다에서 세계에 기여하는 일을 국가적 책무로 삼기 시작했다. 양국이 동아시아에서, 나아가 먼 아프리카 오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야와 방안을 찾는 실천적 연구도 한국연구센터 안으로 들어오면 좋겠다.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 아픈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질 때 도쿄대 캠퍼스에 한국연구센터를 여는 일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씨를 뿌리는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활기찬 지식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일 양국이 좀 더 넓은 세상에 기여하는 데 도쿄대 한국연구센터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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