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300명, 2007년 3400명, 2008년 4100명, 2009년 4700명….’
이 숫자는 최근 3년간 삼성엔지니어링의 임직원 수 증가 추이를 보여준다. 플랜트 설계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직원 수는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용시장이 바짝 얼어붙은 올해에도 600명 이상 신규 채용을 늘리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우리 인재는 우리 손으로 뽑아 우리가 키운다’는 미래전략을 세웠기 때문이다. 플랜트는 업체 간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분야다. 각종 굵기의 파이프 수억 개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공장을 완성하는 플랜트산업은 화학, 기계공학, 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인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고급 기술인재가 국내에 크게 부족하다 보니 플랜트업계는 오랫동안 경쟁사로부터 ‘사람 뺏기’를 반복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3년 전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은 연평균 800명 안팎의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자체적으로 플랜트 인재의 ‘풀’을 키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지금과 같은 인재난이 계속되면 앞으로 해외에 아무리 좋은 수주 기회가 생겨도 (일손이 달려) 실제로 수주전에 뛰어드는 횟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인재풀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 수주전에서 맞붙는 ‘플로어’나 ‘테크니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 회사의 10배에 육박하는 4만 명 규모의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인재풀 확보 노력은 사업현장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수주와 기술역량이 좋아지면서 이 회사의 매출은 2006년 2조9500억 원에서 지난해 5조8500억 원 규모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알제리 등에서 굵직한 공사를 6건이나 잇달아 수주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당분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계속 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주 10조 원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플랜트가 한국의 ‘차세대 수출전략 산업’이라는 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선전(善戰)은 의미가 크다. 고용과 인재양성으로 매출증대를 이끌어내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선순환’이 다른 회사에서도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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