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비리 척결조차 MB가 하겠다면 반대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 토호 세력과 사이비 언론이 결부된 토착비리를 척결하라고 지시하자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그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해 ‘지방선거를 겨냥한 비열한 정치 공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한명숙 전 총리의 비리 혐의 수사만을 문제 삼고 있는지 몰라도 이 대통령의 비리 척결 지시 자체를 반대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정부의 잇단 의지 표명과 상관없이 비리 척결을 위한 수사 활동은 검찰과 경찰의 상시적 업무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무조건 ‘정치공작’ 논리를 앞세워 정부의 비리 척결 방침을 막아선다면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내년으로 15년이 되고 많은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간 상태에서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의 일당 지배 체제여서 토착비리가 구조화하고 있다. 지방에선 공무원과 기업인, 건설업자들이 학연 지연 혈연으로 밀착되어 있는 것도 토착비리의 주요 원인일 것이다. 토착비리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 대통령 발언의 발단이 된 충남 홍성군의 경우 군수는 뇌물 때문에 물러났고, 군청 공무원 108명은 지난 5년 동안 예산 7억여 원을 횡령했다. 횡령에 가담한 공무원이 군청 전체 공무원 670여 명의 16%나 될 정도로 비리가 만연해 있었다. 올해 5월에는 도시계획 사업을 하면서 부동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서울의 구청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 23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공무원 승진 때 내부 거래가 관행화해 ‘서기관 승진 5000만 원’식으로 정해진 뇌물 액수가 존재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6년 취임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 230명 중 약 10%가 비리 때문에 중도하차했다니 부패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지자체 공직 비리의 확산은 자체 감사체제가 미비한 것도 원인이지만 검찰 경찰도 직무유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비리 척결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과성이어선 안 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치공작이 아니란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비리 척결의 구체적인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