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기상무기를 실전에 사용한 예는 베트남 전쟁이다. 미군은 작전명 ‘뽀빠이 작전’으로 수송기 3대를 동원해 요오드화은과 요오드화납 연소탄을 뿌려 북베트남의 보급로인 호찌민 루트에 인공강우를 뿌렸다. 정상적인 몬순(장마) 기간을 연장시켜 땅바닥을 질퍽거리게 하여 호찌민 루트를 통한 보급활동을 약화하려 했다. 이 작전은 1967년 시작해 1972년까지 계속됐는데 1200여 회 출격했다. 북베트남은 그 유명한 10만 대나 되는 호 아저씨 자전거(외발운반자전거)로 인공강우에 의한 보급로의 질척거림을 극복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기상조절 기술의 전시 활용 예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영국은 안개 상황에서 공군비행기의 원활한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열을 뿜어내는 장치를 공군비행장 15곳에 설치해 운영했다. 이 시스템의 도움으로 2500대의 공군항공기와 1만5000명의 인원을 안전하게 이착륙시켰다.
폭풍을 일으키거나 바람이나 비를 부르는 기상무기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승전기념일 행사가 치러지는 장소에 공군비행기 10여 대를 이용한 강수억제 기술을 펼쳐 30년 동안 강수를 막았다. 중국은 인공강우 실험을 연일 발표한다. 일본은 2007년부터 기상조절 5개년 기술개발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주변국의 기상조절 기술은 전시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미 공군의 미래전략보고서(Air Force 2025)는 미래 군사기술로서 강수 안개 폭풍 낙뢰를 적지에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의 현황 및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군은 기상을 조작해 무기화하는 ‘기상(氣象)무기’를 연구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중국군의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군사건설부 쩡판샹(曾凡祥) 부부장은 이 보고서에서 “많은 강대국이 기상무기를 연구하고 활용해 왔다”며 “효과적인 기상무기는 미래 전쟁에서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풍 생성 같은 대형 기상무기 기술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아직은 개발단계라고 봐야 한다. 실제 태풍을 조절하려면 항공기 수천 대가 필요하다. 태풍 조절 등의 대형 기상조절에 관한 실험은 수치모형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연구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태풍을 억제하려는 실험이 있었으나 성공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환경무기(Environmental Warfare)를 금지하는 유엔조약이 1978년에 체결됐다. 이로 인해 군사적 무기로서 대규모 기상조절 기술을 실전에 사용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1990년 걸프전에서 후세인은 유전지대를 모두 폭파하여 중동지역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전시에는 국제조약을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다. 선진국이 기상조절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확보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상조절 기술이 있는 나라와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들은 안개를 제거해 더 많은 공군항공기를 이륙시켜 작전에 투입하고 인공강우를 뿌려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군사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기상조절(인공강우) 기술은 겨울에서 봄 사이에 부족한 수자원을 보충하기 위한 미래 국가전략기술로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활용할 만한 기술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기초실험 단계부터라도 꾸준하게 연구한다면 수자원 확보 기술뿐 아니라 국가 위기 시의 군사전략적 기술로까지 확대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상조절 기술 역시 국가의 장기적 계획과 의지가 있어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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