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67>미래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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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일 03시 00분


1930년대 과학계가 개발을 모색한 원통형 기선. 파도의 진동을 흡수한 ‘쾌적 항해’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30년대 과학계가 개발을 모색한 원통형 기선. 파도의 진동을 흡수한 ‘쾌적 항해’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대 과학이 우주의 신비를, 과학의 진수를 끄집어내는 노력은 불단(不斷)히 게속(계속)되고 잇다. 항공도로를 성층권에서 구하며, 지상교통의 선구로 비행열차를 지어내며, 인류의 의식주를 라디오로 해결 지으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텔레비존의 경이의 연구가 실험실속에서 튀여나 가두로 나올 날도 멀지 안헛다.”

―동아일보 1935년 1월 1일자》
신년이란 과거의 회고와 함께 앞날의 전망을 펼쳐보기에도 좋은 시기임에 틀림없다. 1935년 동아일보 신년호는 2개 면에 걸쳐 당시 과학기술의 성과를 조명하며 인류 문명의 발달이 가져다 줄 미래를 예상했다. 7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는 당시 지면에는 오늘날 실현된 전망과 실현되지 않은 예측이 교차해 흥미를 준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 예측’에 단골로 등장한 것은 교통수단의 발달이다. 당시 소련 과학계는 ‘비행열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열차가 아니라 오늘날의 모노레일과 비슷했다. “외줄의 고가선항교(높이 5메틀·미터) 우에 양측에 차체가 서로 중앙이 균형을 취하여 말안장 모양으로 매여달리게 한 것으로…위선 중앙아세아의 대사막지대에 건설할 예정으로 목하 동 지방 ‘아시하뻬드’와 후엘제 간 40키로에 시험적 건설 중이다. 이 비행열차가 우수한 점은 첫째로 쾌속력인 것, 둘째는 적설, 모래, 풍우 등 기상관계에서 전연 해방되는 것이다.” 예측과 달리 1950년대 독일 미국 등에서 보급되기 시작한 모노레일은 오늘날 도시철도 등 단거리 구간에 국한해 사용되고 있다.

1920년대 라디오가 열어준 방송 통신의 신세계는 새로운 정보혁명의 꿈을 가져다주었다. “장래 인류생활의 결정적 요소는 라디오의 진보와 발명에 잇다. 의식주가 모다 라디오화 할 것이다. 또 가까운 장래에 텔레비존에 의하여 세게의 뉴쓰가 사진까지 보여주는 방송이 잇는 것이오 또 라디오 테프 마신에 의하여 ‘주인 없는 때’라는 요건을 적어둘 수도 있고 텔레비존 전화도 출현할 것이다.” 당시 영국의 존 베어드는 기계식 TV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지만 모터를 이용한 베어드의 기계식 TV는 이후 출현한 전자식 TV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영국 BBC가 세계 최초의 TV 방송을 시작한 것은 2년 뒤인 1937년이었다.

나치즘의 출현으로 유럽에서 긴장이 고조되던 당시 무기 기술의 발달도 큰 관심사였다. “현대 인류가 일즉이 가져보지 못한 기습 병기를 발명해 소유하는 나라가 미래의 세계를 좌우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와 나라는 앞을 다투워 살인광선, 광선막, 전기포, 무선조종이니 하는 기습병기를 찾아내고 잇다. 미래의 전쟁은 공중전쟁일 것이다.” 예측 중에서 무선조종 병기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전력 파괴에 이용하는 무기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20세기 후반의 세계를 규정한 원자병기는 예측에 들어있지 않았다.

오늘날 인류는 환경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힘도 예전에 그랬듯이 인류의 상상력이 열어갈 몫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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