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82)가 2일 사망했다. 지난해 12월 대장암 수술을 받고도 꿋꿋이 병마와 싸워 왔던 김 할머니가 끝내 세상을 뜨면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생존자는 88명으로 줄었다.
1992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집회’를 열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 5명이 노환 등으로 사망했다.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인순 사무국장은 “피해 할머니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80대 초반에서 90대 초반의 고령이라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령 피해자인 이순덕 할머니는 올해로 93세가 됐다.
일본의 몇몇 지방의회 등에서 양심세력들의 주도로 중앙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나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 중앙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성실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한 후쿠오카(福岡) 현 다가와(田川) 시의회가 대표적이다. 이 의견서에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여성의 성이 이용당하는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가 위안부 문제를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식해 성실하게 대응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일본에서 4개 시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고 2007년 미국 의회 하원에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지방의회는 일본 전역에서 15곳에 달한다.
일본의 죄상을 증언해줄 피해 당사자들이 하나둘 사망하면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가 모두 사망하면 ‘자연 해결’될 사안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생존해 있을 때 해결해야 하는 더없이 시급한 ‘현안’이다.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 출범 이후 아시아 중시 외교 정책 등으로 한일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친밀해졌다. 한일 간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정말로 인식한다면 위안부 문제라는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사회단체와 정치세력이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해야 하고, 우리 정부도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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