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얼마 전 ‘순간속도가 세계 최고’인 고속철도를 개통한 것을 보고 아직 중국을 ‘만만디(慢慢的·천천히 천천히)’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놀랐을지도 모른다.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에서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 구간 개통식 날 보여 준 순간속도 시속 394.2km와 평균속도 시속 341km는 둘 다 세계최고기록이라고 한다.
직접 우광 고속열차를 타보며 취재하는 동안 의문이 생겼다. 중국이 독일 프랑스 일본 등 고속철도 선진국의 기술을 벌써 앞섰다는 것일까. 고속철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을 내놨다. 다른 나라는 굳이 실용성 없는 ‘순간 최고속도 기록 세우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광 고속철도도 개통 전 시험운행이나 개통 당일 기록을 세운 후에는 순간 최고속도는 아예 내지 않는다고 한다.
평균시속 341km는 땅이 광활한 중국과는 달리 다른 나라는 굳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평균속도 기록 달성은 기술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중국도 하루 편도 21편 중 평균 341km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운행 첫날 발표된 여러 가지 ‘세계 최고’에서 뭔가를 과시하고자 하는 중국의 욕구를 엿볼 수 있다. 고속철을 타는 동안 휴대전화 통화가 자주 끊긴 것은 ‘속도의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 승무원은 터널을 지나거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잠시도 휴대전화를 떼어 놓기 어려운 때에 고속열차를 타는 3∼4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어 깔끔하게 제복을 차려입고 그렇게 친절하던 남녀 승무원들이 몇 마디 질문을 던지자 금세 “기자 아니냐, 취재는 안 된다, 상급기관의 허가를 받아와야 한다”고 말할 때는 말문이 막혔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언론자유 순위에서 중국이 조사 대상 175개 중 168위였던 것을 생각나게 했다.
고속열차의 우한역과 광저우북(北)역도 ‘세계최고’와는 걸맞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 우한역은 매표소와 승객이 타는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공사판이었다. 오후 7시 어두워질 무렵 도착한 광저우북역은 외진 곳에 대중 교통수단도 없으며 어둡고 음침해서 외지에서 온 사람은 불안감마저 느끼기에 충분했다.
개통 사흘 후인 29일에는 광저우발 우한행 G1048 열차가 승객이 피운 담배가 원인이 돼 ‘안전설비 과민 반응’으로 멈춰 섰다. 열차 운행이 3시간가량 중단되고 승객들은 객실에 갇혀 있어야 했다. 철도부는 “완전 밀폐형이어서 흡연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이 선진국을 바짝 추격해 온 것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우한에서 시작해 150여 km 거리의 후베이 성 구간 감리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김창길 총감리단장은 “노반 건설과 레일 부설은 물론이고 전자제어장치 등 많은 기술이 곧 선진국을 위협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과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위상은 미국도 눈치를 볼 만큼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일은 분명히 적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우광 고속열차를 타면서 열차만큼이나 빠른 중국의 발전 속도에 놀라면서도 무대 뒤에 가려진 뒷면도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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