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兵役비리자 응징하고 軍복무자 우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병무청이 병역 비리자의 범죄 사실을 병적 증명서에 기재해 공직 진출이나 취업 때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병무청은 당초 이달부터 병역 관련 범죄 사실을 기재할 계획이었지만 인터넷 시스템과 프로그램 개발이 늦어져 시행을 연기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고의적으로 회피한 사람에게 벌칙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범법행위를 통해 병역면제를 받은 양심불량자들이 쉽게 공직자가 되도록 방치한다면 국가기강이 흔들릴 것이다. 병역 비리자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공복(公僕)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희한하게도 공직자의 현역 복무 이행률은 국민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2008년에 신체검사를 받은 입영대상자 중 현역 판정률은 89.4%였는데 4급 이상 공직자의 현역 복무율은 67.7%에 불과하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공직자가 모두 정당하게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믿기는 어렵다. 높이 올라갈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실천해야 할 텐데 거꾸로 가는 셈이다.

병역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일부러 신체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환자 바꿔치기 같은 수법도 동원된다. 돈을 받고 병역 면탈 수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런 반(反)사회적 반국가적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도 병역 비리자의 공직 진출과 취업을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다.

병역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면 국가적 현안이 된 병력자원 부족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군(軍)은 노무현 정부 선심정책의 산물인 복무기간 6개월 단축이 시행될 경우 2045년엔 최대 9만여 명의 병력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다.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병력자원까지 부족해지면 안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복무 단축기간을 2∼3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멀쩡한 청년들이 편법과 불법으로 군복무를 면제받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화해 병역 자원의 누수를 줄여야 한다.

병역 비리자에게 사후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소극적 대책이다. 군 복무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병역의무 완수가 사회생활에 혜택이 되게 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더 효과적이다. 20개월 이상을 군문에서 보낸 젊은이들이 상대적 박탈감 없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병무행정체계를 바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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