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색경제 비전, 이룰 수 있고 이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신년 국정연설에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환경 위기가 신(新)질서를 재촉하고 있다”며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기후변화에 선제적이며 근원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내세운 비전이 세계가 내세우는 비전이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환경, 두 토끼를 잡기 위한 녹색성장 선도국가를 만들자는 제안이요, 이를 위해 최대한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우리는 지난날 산업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녹색경제에서 새로운 기적을 못 만들 까닭이 없다. 한국인의 도전정신, 지혜와 저력을 결집한다면 21세기 녹색경제 시대의 선발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녹색경제를 향한 도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글로벌 경제와 기후변화 등 세계질서의 개편이 우리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에 참여하지 않는 나라에 불이익을 주는 보호주의가 대두하면서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녹색성장을 먼저 서두르지 않으면 산업 및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대로 이 위기를 잘만 활용하면 21세기 신경제의 중심에 설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분야 시장은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전문기관 분석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는 2007년 758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3151억 달러로, 탄소시장은 2008년 1263억 달러에서 2010년 1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고용유발 효과는 2007년 2만5000명에서 2020년 94만여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선언적 차원을 넘어 정책과 녹색생활 등 구체적 실천으로 녹색성장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 녹색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저탄소녹색성장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저탄소 산업이자 우리 기술력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해 녹색성장의 큰 물꼬 하나를 텄다.

하지만 녹색성장은 국민 모두의 인식과 생활방식의 전환 없이는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어제 폭설로 국무회의에 지각한 장관들을 겨냥해 “평소 지하철을 타보라”고 말한 것도 경제체질과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녹색강국을 이룩하려면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지도층의 솔선수범, 국민 각계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 답은 행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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