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좌절과 저항 아닌 용기와 도전의 위대한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지금 너무 힘들다고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새해 첫날의 동아일보를 다시 봐주었으면 좋겠다. 흑인에게 허용된 것은 고된 육체노동뿐이던 시절, 하녀의 딸로 태어나 미국 명문대학의 총장이 된 루스 시먼스 브라운대 총장(65)이 “사회적으로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관습과 관념에 굴복하지 말고 도전하세요”라고 말을 걸어온다. 빈곤과 차별, 편견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세상의 변화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먼스 총장이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다. 1945년 아기 루스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텍사스는 미국에서도 흑백 차별이 심한 지역이었다. 목화농장 소작농과 하녀 사이 12남매 중 막내로 초등학교 가서야 처음 종이와 연필을 구경했다. 공부가 좋았지만 어머니는 “백인과 똑같이 살려고 하다간 벌 받는다”며 오히려 두려워했다. 남녀 차별도 당연해서 집에선 아버지와 오빠들이 먼저 식사를 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학교에선 1등을 하지 않으려고 기를 써야 했다. 그 당시 백인들은 흑인이 교육을 받아 신분상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남자들은 여자가 나서면 안 된다고 윽박질렀다. 오늘의 미국을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보통의 흑인 여성이었다면 숙명으로 알고 체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먼스 총장은 달랐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에 굴복하지 않았고, 견디기 힘든 역경에도 좌절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다. “나는 다른 누구와도 평등할 수 있다”고 믿은 ‘긍정의 화신’ 같다. 아이비리그 최초의 흑인 총장, 브라운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된 것도 이런 용기와 도전의 정신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시먼스 총장은 아직도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도전하는 삶을 살면서 독립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조언을 새겨듣고 싶다. 그는 무엇인가 성취하려고 살아오진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도전하고 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단다. 세상에 견디지 못할 일은 없다. 결사적이란 말이 흔히 쓰이지만 결사(決死)의 자세로 산다면 이룰 일이 많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고 시먼스 총장이 새해 아침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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