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美CIA 62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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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5일 03시 00분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에는 46개 별을 새긴 석판이 있다. 국정원 정문 옆 산자락에 있는 보국탑(保國塔)을 찾으면 이 별들의 정체를 알 수 있다. 탑 안에는 ‘겨레의 가슴에 묻힌 고귀한 영혼이여!’라는 문구와 함께 46명의 이름을 새긴 오석(烏石)판이 있다. ‘별’은 중앙정보부 이후 순직한 46명의 요원을 상징한다. 199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영사 직함으로 활동하다 살해당한 최덕근 요원의 이름도 들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박물관 벽에는 62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CIA는 희생된 요원의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고 별로 상징한다. 또한 우리는 순직을 하거나 공작 중에 희생된 요원 모두를 별로 상징하는 반면 CIA는 공작을 하다 희생된 요원들만 별로 새긴다. 작년 12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CIA 요원 7명이 폭탄테러로 사망해 별 7개가 늘어나게 됐다. 1983년 베이루트에서 8명의 요원이 사망한 후 가장 많은 희생이다. 휴가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은 것이고, 우리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활동의 꽃은 해외 공작이다. 외교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적은 희생으로 해결하려는 ‘경제적 선택’이 해외 공작이다. 우리 국정원은 1차장은 해외 담당, 2차장은 국내 담당으로 지역별 차장제를 채택해 왔으나 CIA는 1차장은 정보수집, 2차장은 공작활동 담당으로 기능별 차장제를 유지했다. 지역별 차장제에서는 정보수집에, 기능별 차장제에서는 공작활동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도 기능별 차장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내걸었던 슬로건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달라진 뒤에는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뀌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자유와 진리를 위한 무명(無名)의 헌신’으로 다시 변경됐다. 우리의 해외 공작 대상에서 빠질 수 없는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을 억압하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국정원 요원들의 ‘무명의 헌신’이 평화통일의 밑거름이 되고 북한 주민에게 빛이 되었으면 한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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