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력업체는 서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국내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는 우량 부품업체 17개사의 재작년 평균 영업이익이 2004년보다 22.4% 줄어든 데 비해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5.3%만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같은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11개 부품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8.4%에서 작년 상반기에 9.3%로 좋아졌으나 비계열 31개 부품업체는 4.8%에서 2%로 악화됐다. 협력업체들의 실적은 나빠졌는데 현대자동차와 그 계열 협력업체는 상대적으로 좋아진 것이다. 근로자 임금과 복지 여건도 그만큼 차이가 났을 것이다. 협력업체와 종사자들은 서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지면 중소기업인 협력업체 실적도 같이 개선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자동차회사들이 원가절감을 내세우며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낮춘 탓이다. 자동차부품업체의 실태를 조사한 산업연구원은 우량 협력업체가 이 정도였으니 다른 협력업체 사정은 더 열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상생경영 구호를 외친들 공허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이 재투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쥐어짜는 자동차 메이커의 행태는 횡포다. 이래서야 부품업체들이 기술개발이나 품질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 리 없다.

자동차회사들은 경영여건이 악화됐을 때 납품단가를 깎는 식으로 위기 요인을 협력업체에 떠넘겨선 안 된다. 협력업체를 동반 파트너로 인식해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에 투자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는 한 자동차 수출의 안정도 기약하기 어렵다. 부품협력업체가 없었다면 재작년 완성차와 부품을 합쳐 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최대 수출 실적은 불가능했다.

부품업체도 수출 같은 자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은 약 900곳의 1차 협력업체를 포함해 모두 6000여 개로 제조업 전체 고용 규모의 6%인 17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세계 최대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의 20%에 불과하고 수출비중도 일본(44%) 미국(46%) 유럽(35%)에 비해 낮은 21% 선에 그친다.

중소부품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대기업 자동차회사들의 철밥통 강성노조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강성노조에 밀려 임금을 올려준 자동차회사가 중소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횡포를 부리는 한 중소부품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은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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