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강제송환되기 전 중국 변방 수용소에서 범죄자처럼 사진을 찍힌 탈북 여성 2명의 사진이 6일자 본보 1면에 소개됐다. 곧 닥쳐올 비운을 의식한 듯한 그늘진 얼굴을 보자마자 기자의 머리에는 끔찍했던 과거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수만 명의 탈북자가 거쳐 갔을 저 사진 속 배경 앞에 기자 역시 섰었다. 바로 저 여성들처럼 말이다.
탈북자들이 북한 보위부에서 ‘짐승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체포된 뒤부터 이미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기자는 똑똑히 목격했다. 대학(김일성대) 졸업 뒤 탈북했다가 체포되어 이송되던 열차 안에서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고 중국 무장경찰들이 10대 탈북자에게 전기곤봉을 들이대는 장면을 말이다. 사지를 비틀며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는 소년들을 향해 그들은 마치 짐승을 보듯 조롱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기자 역시 중국 수용소에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몽둥이세례를 여러 차례 당했다.
중국의 탈북자 가혹행위가 오죽했으면 대다수 탈북자들이 북송 전 경유하는 투먼(圖們)변방수용소에서 2000년에 폭동이 일어났겠는가. 기자가 북송됐을 때 친분이 있던 보위부원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중국 공안은 간수를 인질로 잡은 탈북자들을 총과 최루액을 쏘아 진압했다고 한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의사 출신 탈북자는 배에 총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북송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북한 보위부원들은 그의 행동을 칭찬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탈북자들에게 말할 수 없이 가혹한 북한이 중국에 탈북자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할 리는 만무한 일이다.
중국 수용소를 직접 체험한 기자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구타가 아니라 보름 넘게 당한 조사였다. 북한에서는 중국 내 행적에 대해 거짓말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조사는 탈북자들의 중국 내 행적에 대해 바로바로 현장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다. 도장까지 찍은 진술서가 북한에 넘어갈 경우 북한에서의 중형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로 기자는 북한 보위부에서 신문당할 때 “이미 중국에서 관련 내용이 다 넘어왔기 때문에 거짓말해도 소용없다”고 수차례 협박당했고 이것은 극단적인 심리적 위축을 부른다.
이번 탈북 여성 사진 공개를 계기로 북송 전 탈북자 인권도 국제 인권 문제로 조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탈북자 문제를 국내법,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중국을 직접 체험한 기자로서는 그런 말들이 위선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 중국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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