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서양 음악회는 일본 여성 성악가 야나기 가네코(1892∼1984) 독창회였다. 1920년 5월 4일 종로 기독교청년회관 무대에서 펼쳐진 이 음악회는 동아일보가 주관한 첫 문화사업이었다. 1500여 명이 공연장으로 들어와 음악회는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8시에 열렸다.
야나기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가극 ‘미뇽’ 중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를’, 슈베르트의 ‘봄의 신앙’ 등을 불렀다. 이틀 뒤 동아일보는 “옥반에 구실을 굴니는 듯한 소리는 \중의 정신을 새롭게 하얏스며 곡됴에 의지하야 그의 표정하는 것은 배우로도 당하기 어려울만함에는 누구나 감동치 안이치 못하얏다”고 소개했다. 그는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인 남편 야나기 무네요시와 함께 1920∼40년대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을 위한 무료 순회공연을 열었다.
한 달여 뒤인 6월 9일에는 1901년 창설한 경성악대가 종로중앙청년회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이바노비치의 ‘도나우 강의 잔물결’이 레퍼토리였다. 이 악대는 여름철 매주 목요일마다 탑골공원에서 ‘납량연주회’를 개최했다.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독일, 이탈리아에 유학했던 젊은 연주자들도 국내 활동에 나섰다. “동경음악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귀국한 악단의 신성 윤심덕 양과 한기주 녀사의 두 사람을 청하야 성악대회를 열 터이라는데…”(1923년 6월 30일 동아일보) 경성방송관현악단(KBS교향악단의 전신)을 만든 홍난파(본명 홍영후·1898∼1941)와 서울교향악단(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전신)을 창립한 지휘자 계정식(1904∼1977)이 연주자로 명성을 떨치던 모습도 당시 보도에 나타난다. “오는 십구일 오후 일곱시반에 홍영후 씨의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 터인데 입장료는 오십전 일원 이원 등 세 가지가 잇고 곡목은 모다 유명한 것이라더라”고 1924년 1월 18일자 동아일보는 전했다.
서양 연주자들도 경성을 찾았다. 동아일보는 1920년 8월 1일 ‘조선 초유 미국 흑인의 성악회’가 열려 ‘천 여 명의 청중을 (포복)절도케’ 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1923년 2월 12일자에선 “사현금(바이올린)을 잘 타기로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플로’ 녀사는 일본감리교회 성가단 주최로 독주회를 개최한다는데…이 훌륭한 예술에 접하고자 하는 이는 입장권을 먼저 준비하는 것이 좃켓다더라”고 전했다.
오늘날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저명한 연주자들이 1년에도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정명훈(지휘), 조수미(소프라노), 사라 장(바이올린), 장한나(첼로) 씨 등은 클래식계의 거장으로 불리며 세계무대를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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