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비탈계 진정제, 삼환계 항우울제 및 알코올(다량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대사시키는 능력이 감소되어 아세트아미노펜의 투여의 간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과 함께 복용하지 마십시오.’
‘우먼스 타이레놀’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문구 중 일부다. 여성들이 한두 번쯤 써 보았을 약이지만 이런 부작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복용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6월부터 의약품의 성분 용법 부작용 등을 알려주는 정보들이 지금보다 알아보기 쉽게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의약품 용기나 포장에 표시할 정보와 기재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의약품 외부 포장에는 표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경고’ ‘금기’ ‘신중 투여’ 등 부작용부터 알리도록 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도 사라진다. 소비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씨 크기는 6포인트 이상, 줄 간격은 0.5포인트 이상으로 표기해야 한다. ‘교상’ ‘간부전’ ‘소양증’ 같은 용어는 각각 ‘물린 상처’ ‘간 기능 상실’ ‘가려움증’으로 풀어 쓰도록 했다. 모두 736개 용어가 해당된다.
그동안 의약품에 적힌 정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 2008년 발표한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표시제도 등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의약품의 표시 내용에 대한 불만 사항으로 ‘단어나 전문적인 용어, 한자어 표기가 어렵다’(44.4%), ‘너무 많은 내용으로 인해 주요 정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34.9%) 등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 응답이 80%에 가까웠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대외협력팀장은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지침이 뒤늦게 만들어진 것은 의료계나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 탓이다. 기업들은 상당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해 지침 시행은 1년 동안 유예됐다.
유무영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과장은 “용기 포장이나 첨부 문서를 교체하게 되면 업체당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년간 단계적으로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의약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게 되면 무지에 따른 약품 오남용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앞으로 약국에 친절한 약이 점차 많아진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 전문가가 지식을 독점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많다. 의사의 진료, 판사의 판결 역시 친절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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