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식량을 찾아 동토(凍土)의 북한을 탈출한 것이 무슨 죄란 말인가. 북한으로 추방하기 직전에 중국 수용시설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탈북 여성 2명의 사진이 북-중 밀약에 의한 인권 유린의 실상을 똑똑히 보여준다. 두 여성은 성명과 생년월일이 적힌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히면서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은 2008년 탈북한 뒤 그해 12월 체포돼 일주일 만에 북송됐다. 신상자료에 적힌 ‘08099’ ‘08097’은 북송 대상자의 일련번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미 8000명이 넘었음을 뜻한다고 관련 단체는 해석한다.
두 여성은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벗어났을 때 굶주린 배를 채울 기대와 압제로부터의 해방감에 가슴 벅찼을 것이다. 중국 땅을 밟고 지옥을 벗어났다 싶었는데 붙잡혀 북송되면서 얼마나 허망했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은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소식이 끊겼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압송돼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수감되거나 극형에 처해지는 사례도 있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은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이번처럼 중국당국이 만든 대상자들의 신상자료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1998년 체결된 ‘북-중 국경지역 업무협정’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탈북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유엔 인권협약에 따른 정치적 난민신청을 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는커녕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처리한다. 인권이니 인도주의니 하는 문명사회의 가치는 철저히 무시된다. 중국 외교부는 그제 대변인 브리핑에서 “불법적으로 중국에 들어온 북한인들은 중국 법을 위반했으므로 중국이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외국 공관이 이들을 수용하거나 감싸고 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협약과 각종 조약 등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음을 인정해야 문명국이라 할 수 있다.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정치범수용소에 갇히거나 고문과 박해를 받고 처단될 수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갖고 있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인간의 기본적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위치다. 정부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국제사회에 중국의 탈북자 북송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려 국제공조를 호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