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군부의 ‘언론 학살’ 구제조치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자행한 동아방송(DBS) 폐방(廢放) 등 언론사 강제 통폐합과 언론인 강제 해직은 정통성 없는 국가권력이 ‘정권 안보’를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와 자유언론을 짓밟은 폭거였음이 다시 확인됐다. 어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30년 전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에 대해 “국가는 공권력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군사반란을 통해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전두환 신군부는 신문 28개, 방송 29개, 통신 7개 등 64개 언론사를 신문 14개, 방송 3개, 통신 1개로 강제 통폐합하고 1000명 이상의 언론인을 해직시켰다. 진실화해위는 2년여의 조사 결과,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목적으로 법적 근거와 절차, 요건에 따르지 않고 강압적으로 언론 통폐합을 진행했음을 밝혀냈다.

동아방송은 4·19혁명의 꽃으로 피어나 한국 방송언론을 선도했으나 권리와 재산을 강탈당하다시피 KBS에 넘겨줘야 했다. 동아일보사는 진실화해위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동아방송을 포기하지 않으면 동아일보를 한국일보와 통합해 동국일보로 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동아방송을 양도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동양방송(TBC)의 경우는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보안사령부에 불려가 포기각서에 서명했다.

1980년 신군부는 ‘방송을 정부 홍보매체로 집중 활용하기 위해 공영화 조치한다’는 이른바 국가홍보기본계획에 따라 방송을 통폐합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兼營)을 금지한 칸막이, 그리고 공영성과 상업성을 비정상적으로 결합한 KBS와 MBC의 기형적 구조도 신군부가 정권을 다지기 위해 위헌·불법적으로 관철한 체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군부독재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미디어법에 반대하니 과연 민주화 세력이 맞는가. 일부 방송도 신군부 정권유지용 방송체제에서 굳어진 기득권에 매달려 방송시장 선진화를 거부하고 있다.

동아방송은 1962년 12월 첫 전파를 발사한 이래 1980년 11월 강제 폐방당할 때까지 18년간 대한민국 방송언론의 중심에서 자유민주주의 구현의 밑거름이 되고자 했다. 동아일보사는 1990년 정부와 KBS를 상대로 동아방송 양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냈고 2001년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사법부는 언론통폐합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동아일보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도 언론 통폐합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가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어제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책임 인정과 사과뿐 아니라 적절한 구제조치를 권고한 것이다. 언론과 미디어산업은 21세기 선진화 시대에 부응하는 구조로 다시 태어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국민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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