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CIA 苦戰이 국정원에 주는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정보기관들이 고전하고 있다. 작년 12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7명 폭사 사건은 2년간 CIA가 역(逆)공작을 위해 끄나풀로 활용한 사람이 배신해 일어났다. CIA 아프간 거점은 그 끄나풀을 이용하려다가 알카에다의 역공작에 걸려 폭파돼버린 것이다. 미 정보기관은 직전에도 치욕을 당했다. 작년 성탄절 ‘요주의’로 분류돼 있던 나이지리아 청년이 초소형 급조 폭발물을 속옷에 숨기고 노스웨스트 항공기에 탑승해 폭파를 시도했을 때 참사를 막은 것은 정보기관이 아니라 용감한 탑승객과 승무원들이었다.

2001년 9·11테러 이전에도 미국의 몇몇 정보기관은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 주요시설을 공격하려 한다는 첩보를 손에 넣고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 테러 방지는 그 기관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묵살하고 있다가 9·11테러를 당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정보기관 사이에는 원활한 정보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을 하나로 묶어 지휘하는 국가정보국(ODNI)을 만들었고 산하에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두었다. 그런데도 항공기를 폭파당할 뻔했으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노발대발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10여 개 정보기관을 통제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정원은 예산 지원을 통해 각 정보기관이 입수한 정보를 제공받아 통합하는 기능을 한다. 안전기획부 시절엔 대북 역공작도 활발하게 펼쳤다. 상대 공작원을 포섭해 허위 정보를 보내고 진짜 정보를 수집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김대중(DJ) 노무현 정부 때 국정원장들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매달리면서 대북 첩보와 공작 활동이 약화됐다. 과거 중정과 안기부는 정치공작에 개입해 문제가 됐다. DJ 국정원은 이를 이유로 상당수 요원을 쫓아냈으나 실은 지역주의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미국 정보기관의 실패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국정원의 테러방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전에서 패배하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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