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상만]한국 IT산업 ‘기회의 창’ 열려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전략 전문가인 타이어와 올리코스키는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조직이 적응을 하고 생존하는 데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 꼭 존재하며, 이를 놓치면 경쟁에서 도태한다는 이론을 펼쳤다.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제는 ‘기회의 창’ 앞에 어떻게 비칠까?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연간 판매량 2억 대 이상과 세계시장 점유율 20%, LG전자는 브라질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25.4%와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13%)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쯤 되면 기회의 창에 비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의 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또렷이 보일 때는 창은 이미 닫히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열려 있는 창이 닫히기 전에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고와 전략의 변화다. 이런 면에서 올해는 대한민국의 IT산업, 특히 휴대전화산업과 통신산업에 매우 중요한 기회의 창이라고 생각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IT산업의 최대 화두로 응답자의 36%가 ‘스마트폰’을 꼽았다.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노키아 삼성 LG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아이폰은 작년 11월 말에 국내에도 출시돼 3주 만에 15만 가입자를 기록했다. 구글은 5일 실리콘밸리의 본사에서 자사 직원들이 직접 설계한 ‘넥서스 원’이라는 구글폰을 출시했다. 바야흐로 ‘손 안의 PC’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008년 2억1100만 대 규모에서 2012년에는 4억6000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한국의 IT산업에 기회의 창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기회의 창에 비치는 현재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사고와 전략의 변화로 이에 대응하는지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는 미디어 사용 패턴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미디어 사용 패턴 변화는 기존의 사고와 전략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옴을 의미한다. 국내 IT산업은 애플과 구글의 전략을 정확히 읽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애플의 아이폰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인터넷 사용자가 갖고 있는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하도록 만들어 10만 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서 내려받기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넥서스 원’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구글은 ‘넥서스 원’의 출시에 맞춰 ‘구글 스토어’를 만들었다. 거기서 소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의 휴대전화를 선택한 후 통신사를 결정한다. 휴대전화 제조사와 통신사의 이해관계를 구글이 컨트롤하는 시대로 가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유선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였음에도 무선 인터넷 사용량은 미국 시장에 비해 미약하다. 한국의 IT산업은 이제 소비자의 변화, 경쟁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유선과 무선 인터넷, 와이브로, 음성통신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벽을 완전히 허물어야 한다. 소비자는 이제 새로운 미디어 사용 패턴을 원한다. 유선과 무선 인터넷, 음성통신은 하나의 서비스가 돼야 한다. 완전하게 호환되는 하나의 통신서비스를 통해 애플과 구글이 가려는 곳을 선제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기회의 창이 아직 열려 있는 지금이 한국의 IT산업에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하이테크마케팅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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