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현상의 심화, 공대 신입생의 기초학력 저하, 학생 수 감소 등 공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 그리고 공학교육의 질이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어 공학교육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으로 공학교육인증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엔지니어라면 꼭 필요한 수학과 기초과학을 이수하지 않거나 교육의 다양성이란 미명 아래 전공과 무관한 교과목을 더 많이 수강하고도 졸업이 가능하여 무늬만 엔지니어를 양산해 왔던 것이 근래 공학교육의 실정이었습니다.
공학교육인증제는 졸업정원제나 최소전공학점이수제 등 최근 20여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우리 공학교육의 줄기를 국제 수준의 관점에서 바로잡고 공학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제도입니다. 전문교양, 수학, 기초과학, 설계를 포함한 공학 주제로 모두 108학점 이상을 이수하도록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한다는 인증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증기준 내에서 학과의 전문성에 따라 수학과 과학 그리고 전문교양의 내용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인증요건은 모든 교과영역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고, 학생에게 수업에 대한 부담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교과 운영의 지속적 개선을 위하여 인증에서 요구하는 교과목 포트폴리오 작성, 그리고 인증평가에 따른 제반 준비 사항으로 인해 교수진에게도 과중한 업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증제가 내포한 교육적 명분이나 취지를 생각하면 인증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공학교육 구성원 모두의 업입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공학교육인증의 취지에 호응하는 산업체가 취업 시 인증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산업계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여 인증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인증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에게 혜택을 주는 산업체를 늘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채용 시 전공능력 비중이 높아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전공능력 강화를 지향하는 인증 기준으로 인해 인증프로그램 이수자는 직간접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2004년 이후 배출되어 아직은 인증 졸업생의 수가 적은 점을 감안할 때 인증제 효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됩니다.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에게 수십 년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일이 교육자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증프로그램의 이수가 공과대 졸업생의 미래를 위한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은 교육자에게 맡겨진 무거운 책임입니다.
“인증을 계속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해법은 공학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판단에서 학생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달려 있다는 도쿄시립대 마스다 노부토시 교수의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공학교육은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을 책임져야 하는 바퀴와도 같습니다. 공학교육인증의 기본 취지를 생각할 때 인증제도는 버겁게 느껴진다고 벗어던질 수 있는 ‘불필요한 짐’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공학교육인증제도의 무게는 공학 관련 분야의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입니다. 공학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적잖은 부담 속에서도 학생을 독려하는 교수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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