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새샘]춤비평가협회 발족, 무용 평론 경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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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무용은 인간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한국춤비평가협회도 무용 평론계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이순열 전 음악동아 편집장)

1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춤비평가협회 발족식이 열렸다. 무용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 취지 등을 밝혔다. 한국 무용계에서 평론가 단체는 월간 ‘춤’을 기반으로 한 한국춤평론가회뿐이었는데 이번에 새 단체가 결성된 것이다.

평론가 단체의 다양화는 무용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새 단체가 평론가회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출범했다는 점에서는 아직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지난해 11월 평론가회 회원 7명이 당시 회장이었던 장광열 춤정책연구소장을 ‘친목을 해쳤다’는 이유로 회장 자격을 박탈하고 제명했다. 이에 장 소장을 비롯한 이순열 전 음악동아 편집장, 채희완 부산대 교수 등 다른 회원 7명이 반발해 이번 모임을 결성했다.

이 때문에 발족식에서는 “정당한 명분이나 절차 없이 이뤄진 제명이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춤평론가회 측은 “명문화된 규정은 없으며 기존에도 관례대로 제명한 적이 있다”며 맞서고 있다.

국내 무용계는 2009년 한 해 공연이 20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양적으로 팽창했다. 올해는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무용중심극장(아르코예술극장)의 출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무용계의 질적 평가를 위한 평론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비평가협회 공동대표인 김태원 ‘공연과 리뷰’ 편집인은 발족식에서 “지방 공연이 늘어나는데 지역 무용 평론계는 공연 리뷰도 전부 소화하지 못한다. 좀 더 확대된 평론가 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춤평론가회의 성기숙 회장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론가회 운영 방향에 불만이 있다면 내부에서 좀 더 논의를 거쳤어도 됐을 텐데 아쉽다”면서도 “(춤비평가협회 출범은) 무용계 세대교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일종의 분화(分化)이자 무용계 발전을 위한 생산적 진통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밝혔다.

춤비평가협회는 앞으로 춤 비평 전용 웹진 창간, 비평 워크숍 개최 등을 할 예정이다. 비록 내부 갈등으로 인해 춤비평가라는 또 다른 모임이 출범했지만 두 단체가 비평의 질을 높이는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우리 무용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새샘 문화부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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