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부용]교통사고 피해 年34만명이 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는 경우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교통안전공단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으면 경제활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으며 치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실직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부상이 완쾌되지 못하고 장애나 후유증이 남으면 새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다. 보험금을 받아 당분간의 경제적 어려움은 견디겠지만 항구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갑자기 사고를 당해 부상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생계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니 교통사고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한다.

중증장애 피해자 수 파악도 안돼

더 무서운 점은 이렇게 교통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얼마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제능력이 떨어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람만 무려 2만 명을 넘는데 이 중 절반을 넘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 안 된다. 10만 원 남짓한 정부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겠지만 생계 보장을 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다. 졸지에 당하는 불행에 대한 사회의 보상 치고는 너무나도 빈약하다 하겠다.

우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되면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아는지 의심스럽다. 선진사회란 어떤 것일까. 높은 복지 수준이 가장 설득력 있는 지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복지 사회는 어떻게 이뤄질까. 행복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 반면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곤층이 작아져야 하며 교통사고와 같은 재앙을 입지 말도록 해야 한다. 또 불행해지는 국민에 대한 구제 방안이 있어야 한다.

교통사고는 해마다 불행한 사람을 양산한다. 장애를 입고 생계 위협까지 받는 불행을 어떻게 구제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교통안전정책을 강화하여 교통사고를 최대한 줄여야겠지만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실직자 보상방안 등 새로운 제도를 생각해야 한다. 교통사고 장애인을 포함해 모든 장애인을 위한 복지제도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집계에 의하면 2008년에 일어난 교통사고는 약 22만 건으로 5870명이 숨지고 34만 명이 다쳤다.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 부상자가 34만 명이라면 중소도시의 인구와 맞먹는다. 이중에 중상자가 얼마이고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수출을 많이 하여 외화를 많이 벌어들인다 해도 해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불행해지면 진정한 선진 사회의 꿈은 기대하기 어렵다.

약자 배려하는 나라가 선진국

교통사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통체계 전반에 걸쳐 문제가 심각하다. 손에 잡히는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교통정체나 탄산가스 배출량 등 모든 교통상황이 선진국에 크게 뒤졌다. 이런 문제는 정부 당국이 알아서 할 일이지 국민이 관심을 가질 바가 아니라 생각하는 독자가 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교통서비스야말로 우리 일상생활과 직접 연관되고 국민 복지나 국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나라가 정치 지도자를 선거로 뽑는 민주국가인 만큼 정책은 투표권자의 관심사를 좇아간다. 국민이 교통서비스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교통 문제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교통사고 피해가 심각하다며 국민이나 시민단체가 정부청사와 국회 앞에서 매일 시위를 하면 어떨까. 정치인과 관료가 교통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신부용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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