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조조는 한국인” 날조…이젠 덤덤해진 中누리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새해 초부터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과 관련한 엉터리 뉴스가 떠돌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허난(河南) 성 안양(安陽) 현의 한 시골마을에서 무덤이 발견된 삼국지의 조조(曹操)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내용은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한국의 ‘대한민보’라는 신문에 따르면 서울의 모 대학 중문과 A 교수(실제 인물)가 “조조는 고려인의 후예로 한국인이다”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조는 가짜 무덤을 72개 만들어 무덤 위치를 속였으며 실제 무덤은 한국의 광주에 있다는 내용도 있다. A 교수 사진까지 함께 떠 있다.

중국 일부 언론은 이 내용을 인용해 중국 인터넷에 이 뉴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15일 현재 바이두(百度)에서만 관련 내용이 수백 건 검색된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날조다. A 교수는 그런 주장을 한 적도 없고 대한민보라는 신문도 없다. A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며 “(그런데도) 중국인 친구들과 중국에 유학 중인 제자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온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관계당국에 엄중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최초 작성자를 색출해 처벌해 달라고 중국 공안당국에도 고소할 생각이다.

이런 날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3, 4년 동안 중국 인터넷에는 한국인이 중국의 4대 발명품을 가로챘다는 등의 가짜 기사가 곧잘 등장했다. 기사마다 한국인을 성토하는 중국인의 댓글이 수없이 붙었다. 2008년 중국의 한 지방신문은 인터넷에 떠도는 날조 기사에 속아 ‘한국 신문이 중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孫文)을 한국인이라고 썼다’고 보도했다. 이런 유형의 기사는 중국에서 혐한(嫌韓) 감정을 불러왔고 양국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번 ‘조조 무덤’과 관련한 날조 기사는 진행 양상이 과거와 달랐다. 중국 누리꾼들이 한결 차분해졌고 성숙하게 반응하고 있다. ‘혐한’ 댓글이 있긴 하지만 대다수는 뉴스의 진위를 의심하는 내용이다. 한 여론조사에는 중국 누리꾼 460명 중 361명(78.5%)이 ‘기사가 가짜’라고 답했다. 일부 누리꾼은 가짜 기사를 만든 사람을 추적해 처벌하자는 댓글도 달고 있다. ‘조조 무덤이 발굴되자 유비와 손권이 축하 전화를 했다’는 등의 우스개 내용을 댓글로 다는 누리꾼들도 생겼다. 날조 기사를 조롱하는 것이다. 한중 양국 국민과 정부의 가짜 기사 근절 노력이 마침내 효과를 보는 듯해 반갑다.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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