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그제 “우리의 인터넷 관리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에 부합한다”며 “국제적 인터넷기업들이 중국에서 법을 지키면서 영업해 나가는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표현은 외교적이지만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12일 ‘인터넷 검열 반대’ 선언을 한 데 대한 비난이다.
작년 말 중국 해커들이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구글 e메일인 지메일(Gmail)을 해킹하면서 불거진 사건이 중국 정부 대 세계적 인터넷기업의 갈등 차원을 넘어섰다. 이젠 인터넷검열 대 인권 및 표현의 자유, 권위주의체제 대 자유민주주의체제, 심지어 중국과 미국의 대결로 번져가는 조짐이다. 구글이 중국 시장 철수를 각오하고 벌이는 투쟁에 미국의 백악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이 주장하듯이 사이버세계라고 해서 무제한 표현의 자유가 허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공간에서 헌법과 실정법을 무시한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세계의 문명국들이 테러나 마약 유통, 청소년의 정신을 좀먹는 포르노 같은 반인권, 반윤리적 정보의 인터넷 유통을 막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중국과 구글의 갈등 이면에는 중국이 주장하는 질서와 보편적인 세계질서 간의 충돌이 있다. 중국 정부는 30여 년 전 시장경제를 채택함으로써 세계질서에 편입돼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글로벌 경제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인터넷 역시 국경이 없다. 인터넷에서도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질서와 가치가 적용된다. 중국 정부가 ‘톈안먼’ ‘파룬궁’ 같은 단어가 들어간 인터넷 검열을 당연시하고, 중국 해커들이 구글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지배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한다고 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다.
19세기 중국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받아 반(半)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역사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헌법은 전문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국의 질서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제국주의의 전철을 밟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특히 미국과 함께 21세기 새 질서를 선도하는 주요 2개국(G2)이 되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중국의 질서를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을 상대로 한 중국의 행태를 보면 세계의 지도국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