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백수 줄이기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17시 00분



한국경제는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0.9%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도 작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계속 얼어붙어 있습니다. 공식 실업자에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 등을 보태면 '사실상 백수'가 408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15세 이상 인구 10명 중 한 명꼴입니다.

올해 고용 없는 성장이 가시화하면 소득감소 소비위축 투자부진의 악순환이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작년 초 국내 대기업들은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했습니다. 근무형태나 임금을 조정해 해고를 줄인 것이죠. 참여기업이 23%였습니다. 이들 기업은 경기가 풀려도 당장 고용을 늘리기가 어려운 처지입니다. 당분간은 초과근무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면서 고용이 덜 필요해진 탓도 있습니다.

또 작년에는 공공부문이 실업자를 흡수했지만 올해는 작년만큼 돈을 풀기 어려운 처지라서 일자리 제공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민간부문이 뛰어야 합니다. 일자리 나누기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경제위기 때 일시적으로 쓰는 대책이지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대기업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30대 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인 87조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30대 그룹의 투자와 고용은 전년에 비해 각각 8.6%, 13.9% 감소했습니다. 올해는 이를 작년보다 16.3%, 8.7% 늘린다는 것입니다. 2008년 수준을 능가하는 투자를 해도 일자리 창출은 2008년 수준에 못 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 투자가 더 일어나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합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합니다. 미국 의회 의원들은 일자리 대책이 미흡하면 의원직을 잃어 자신들도 실직자가 될까봐 긴장한다고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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