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에서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는 북한 산림녹화’ 등 10대 핵심과제를 내놨다. 고건 위원장은 “북한에 국민 한 사람이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이념대립이 해소되고 사회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의 헐벗은 산야에 나무를 심어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도와주는 일은 언젠가는 꼭 필요한 일이고 나무 심기에 보수 진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북한 나무 심기로 이념대립이 해소되리라는 기대는 순진한 발상이다. 지금도 북한 어린이의 영양을 보충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인도적인 지원활동이 민간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념갈등 해소와는 관련이 없다. 금강산도 꽉 막혀 있는데 언제 성사될지 모를 북한 나무 심기가 한시적 기구인 사회통합위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사회통합위는 각계 인사 32명에 관계부처 장관 16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계층 이념 지역 세대의 4개 분과위원회에 고위공무원 30명씩 120명이 연 27억 원의 예산을 쓴다. 그러나 첫 회의에서 발표된 도시재정비사업 제도 개선, 근로빈곤층 대책 마련 같은 프로젝트는 이미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다. 굳이 사회통합위라는 옥상옥(屋上屋)이 끼어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회통합위 전략 중 하나가 ‘정책의 중복 조정’ 아닌가.
사회통합위가 아이디어 모음집 같은 10대 과제를 내놓은 것은 대통령의 8·15대책 후속조치로 출범해 위원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정부 실무자들이 미리 선정한 과제를 놓고 논의하자면 신이 나지도 않을 것이다. 위원회는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스스로 기본방향과 전략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다.
고 위원장은 요즘 가장 뜨거운 문제라고 할 세종시 논란에 대해 “정치권이 해결해야 하고 정치권에 해결 절차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심한 사회갈등이 세종시 문제이고 가장 통합이 안 되는 곳이 여의도이다. 이를 외면한 채 고담준론(高談峻論)만을 되뇌는 위원회를 국민 세금으로 운영할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도 역대 정부에서 총리 장관 서울시장을 거듭 지낸 인물을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설치해놓고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허세를 부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