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나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임지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좌교수가 그제 서울대 신입생 특강에서 “창의력을 효과적으로 계발하는 방법은 없지만, 못하는 법은 있다. 바로 꽉 짜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만 살면 창의력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새로운 지식 창출에 끊임없이 도전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임 교수의 메시지는 대학 새내기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곱씹어볼 만하다.
20세기가 지식형 인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창의형 인재의 시대라고 한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지식의 유효기간은 날로 짧아지고 있다. 우리가 크게 달라진 시대 흐름을 헤쳐 나가려면 기존의 사고 틀을 과감하게 허물고 여러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의력은 틀에 박힌 공부를 연일 반복한다고 해서 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임 교수의 지적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도 많은 한국 학생은 꽉 짜인 시간표에 따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부를 한다. 초등학생조차 부모가 정해준 대로 오후 내내 학원을 전전하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이런 학습방식으로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창의력의 발전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효율을 강조하는 현 시대를 살려면 시간관리를 할 수밖에 없지만 창의력은 시간관리가 아니라 삶의 여유와 폭넓은 독서에서 싹 트는 것”이라는 임 교수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잦은 시위로 수업이 중단된 탓에 전공과목 이외의 서적을 많이 읽었고, 그 결과 요즘 학생보다 폭넓은 지식과 사회 경험을 축적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창의력 증대를 위해서는 역시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신문과 잡지를 꼼꼼히 읽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최고경영자(CEO)로 불리는 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독서광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대의 거울인 신문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텍스트다.
그렇다고 공부를 소홀히 해도 창의력이 계발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임 교수는 “바이올린 소리도 못 내면서 즉흥곡을 켤 수 없듯 공부의 기본이 없으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학습능력과 창의력이 조화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교육이 바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