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인간형 로봇 ‘마루’가 구운 토스트와 전자레인지 안의 컵을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작업을 15일 시연해 미래 가사도우미 로봇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공상과학 속의 로봇에 더 친숙한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직 답답한 수준이었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은 인간형 로봇에서 정밀 위치제어 기술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로봇이 인간 생활 속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9년이다. 일본 소니사가 애완견 로봇 ‘아이보’를 처음 선보였다. 이후 생활 서비스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져 일본의 혼다, 도요타, 미쓰비시 등 자동차회사는 아시모, 트럼펫 파트너, 와카마루 등 인간형 로봇 시제품을 내놓았다. 일본 굴지의 가전회사 역시 가정용 파트너 로봇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며 생활 서비스로봇 시장의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로봇이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지정된 이래 KAIST의 ‘휴보’와 KIST의 ‘마루’로 대표되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했다. 정보기술(IT)을 로봇과 접목한 생활 밀착형 유비쿼터스 로봇도 산학연 협동으로 개발되어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의 지원 아래 국내 로봇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사회 안전시설의 감시경계 로봇과 수술용 의료로봇 및 교육용 로봇에 대한 실용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청소와 교육 및 오락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전로봇은 세계적으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70만 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00만 대가 세상에 나왔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5000만 대가 더 나올 예정이다. 즉, 가전로봇 시장은 5년에 10배 성장해 반도체 분야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수준의 가파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세계 인구와 맞먹는 규모의 생활 서비스로봇이 등장하리라 전망된다.
미래 생활 서비스로봇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등장한 대부분의 가전로봇은 바퀴로 이동하며 날씨 및 교통정보, 가전제품 원격제어, 원격영상감시 등 기초적인 수준의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또 기능 대비 가격이 높아 상품으로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나마 성공적인 생활 서비스로봇은 로봇청소기와 단순 동작형 완구로봇 정도이다. 그러나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과의 융합과 최신의 인공지능 기술 실용화가 이어지며 생활 서비스로봇은 미래 로봇 산업의 주류를 이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로봇 산업에서 떠오르는 기대주는 수술용 로봇이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는 ‘다빈치’라는 수술로봇을 개발하여 2000년부터 보급했는데 세계적으로 1000대 이상이 보급됐고 회사의 매출액은 연평균 60% 이상의 고성장을 하는 중이다. 한국의 한 회사도 정형외과 수술로봇의 독점적 기술을 매입하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어내고 다빈치의 신화를 이어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로봇시장의 70% 이상은 공장자동화를 위한 제조업용 로봇이 차지한다.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세계 5위권이다. 나머지 30%를 차지하는 서비스로봇 산업은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에 있다. 따라서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누가 확보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와 노력으로 서비스로봇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면 미래 자동차산업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시장을 한국이 주도함은 물론 삶의 질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