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명재]흡연율 줄이려면 담배세제 개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상반기 40.4%였던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이 작년 하반기에는 43.1%로 상승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매년 감세 효과를 나타내는 세금 구조에 기인한다.

흡연 억제 정책이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로는 영국이 꼽힌다. 1970년대 초 영국의 흡연율은 50%였으나 최근에는 24% 수준이다. 영국은 담배세율을 물가상승률만큼 매년 조정한다. 2000년대 초에는 잠정적으로 물가상승률에 2∼3%를 더해 조정했다. 물가연동제를 접목한 종량세 체계를 도입한 결과, 처음에는 소비 감소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30년이 경과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흡연율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지는 성과를 나타냈다.

영국의 담배 세금 구조는 외형상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흡연율 변화 추이는 정반대이다. 이면에는 조세제도의 차이가 있다. 영국에서는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종량세의 실질가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자동조정 장치가 포함돼 있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런 차이가 영국에서는 흡연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원동력이 되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흡연율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담배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국민건강증진기금 부가가치세 등 다섯 가지의 소비세를 부과한다. 담배 관련 개별소비세는 모두 종량세 세율 구조를 갖는다. 갑당 일정액의 세금이 부과된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세액이 고정된다. 따라서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감세 효과가 나타난다. 2005년 세율이 현재까지 그대로이다. 그렇다 보니 담배의 실질가격이 낮아지면서 담배 소비도 1년에 41억 갑에서 47억5000만 갑으로 증가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동일한 세율구조를 채택한 서유럽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흡연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많은 나라가 물가연동제를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물론 물가연동제 도입만으로 흡연율 하락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그런 제도 없이 흡연율 하락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세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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