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썰렁한’ 안보동맹 50돌… 美-日관계 현주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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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0일 03시 00분


1960년 1월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일본 총리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서명했다. 일본의 안보를 미국이 책임지는 대신 일본에 미군 기지를 설치한다는 게 조약의 핵심이다. 당시 체결된 핵 탑재 미 항공모함의 일본 기항 묵인 등 일련의 ‘미일 핵 밀약’은 조약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이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동시에 체결한 기존의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냉전 심화 등 국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해 개정한 것이었다. 조약은 이후 50년 동안 미일동맹을 굳건히 받쳐온 반석이었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경제에 진력했던 데 힘입은 바 크다. 미국 또한 일본을 주요 근거지로 삼아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공산주의 확산 저지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양국이 지난 50년간의 동맹체제에 만족하면서 새로운 50년을 기약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약 50주년을 맞은 19일. 성대한 ‘기념일’을 맞은 양국의 모습은 다소 썰렁했다. 50년 전 조약의 핵심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군기지 제공’과 ‘핵 밀약’을 밑바닥부터 흔들고 싶어 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일본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누려올 수 있었던 것은 일미 안보체제 덕분”이라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미국과의 흔쾌한 합창은 아닌 듯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별도의 담화를 발표할 것이란 소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텍사스 별장에서 만나 우의를 과시하던 4, 5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하토야마 총리는 연내에 새 동맹의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의 향방에 따라 동맹 자체가 요동칠 수 있다. 미국은 ‘안전보장’은 원하면서도 ‘기지 제공’은 꺼리는 일본이 곱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대등한 미일관계를 외치는 일본과 이를 ‘반미(反美)’ 아니면 ‘탈미(脫美)’로 의심하는 미국 사이의 간극은 심상치 않다.

1960년 국제 상황의 변화에 맞춰 안보조약을 개정했던 양국은 1996년엔 옛 소련 붕괴 등 냉전 해체라는 세계질서 재편을 맞아 ‘미일 안전보장 공동선언’으로 미일동맹을 재정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후 세계는 또다시 큰 변화와 도전을 맞았다. 양국 모두 방재 의료 보건 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동맹이 필요하다는 말은 곳곳에서 넘친다. 그러나 행동이 뒤따를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국 정부 어디에서도 새 동맹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50년의 세월만큼이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미일관계의 현주소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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