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을 다음 달 수료하는 임모 씨(25)는 얼마 전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던 그는 전역 직후인 2년 전 학교를 중퇴하고 대한상의(商議) 인력개발원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직장을 잡기 어려우리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무와 이론을 배우면서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10개의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5개 기업에 합격해 한 곳을 선택했다. 임 씨는 “처음에는 4년제 대학을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는 것이 창피했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해 원하는 직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조어(造語)가 생길 만큼 청년 취업난이 심하지만 인력개발원 교육훈련생들에게는 남의 일만 같다. 2월 수료 예정자 1700여 명 중 취업 희망자의 92%가 이미 일자리를 잡았다. 상의는 미취업자들도 몇 달 안에 직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상의가 인력개발원을 운용하기 시작한 1994년부터 작년까지 이곳을 거쳐 간 2만7000여 명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했다. 1∼2년 과정인 인력개발원 프로그램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실무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 상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리 필요한 인원과 기능 등 수요조사를 해 그때그때 커리큘럼에 반영한다. 훈련생들은 입소 초기 이론을 배우고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한 뒤 교육 후반부로 갈수록 능동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업무적응 속도가 빨라 기업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무 위주의 ‘맞춤형 직업교육’이 취업률을 높인 ‘비결 아닌 비결’인 셈이다. 인력개발원은 당초 미취업자들의 중소·중견기업 취직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알차고 훈련생들의 질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기업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 취직이 잘되고 기숙사비를 포함해 교육훈련 비용을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에게도 인기다. 최근에는 훈련생 가운데 대학 중퇴 이상의 학력자가 40%를 넘는다. 대학 진학률이 84%까지 높아진 마당에 대학 졸업장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일자리와 바로 연결되는 기술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구직의 지름길이다. 구직자 개개인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직업교육을 포함한 정부의 고용정책 역시 산업현장에서 환영받는 인력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같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