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시환 대법관이 우리법연구회 해체 앞장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사법부 내 사(私)조직인 우리법연구회의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회원 판사들이 쓴 글의 일부를 공개했다. 박시환 대법관은 이 모임이 펴낸 논문집에 “이 모임은 회원들의 실력 향상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진 회원들이 재판 과정 또는 사법 운영에 참여해 법원을 이상적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썼다. 사법부 내부 세력화,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집단적 영향력 행사를 공공연하게 부르짖는 내용이다. 우리법연구회가 모임 성격을 ‘순수 학술단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판사들이 거짓 주장을 일삼는다면 국민이 법원의 판결을 믿을 수 있겠는가.

박 대법관은 1988년 이 모임 창립에 앞장섰고 지금도 후배 회원 판사들이 ‘박시환 정신을 따르자’고 할 정도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 징계파동 때 “판사들에게 절차와 규정을 지키라는 요구는 합리적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다. 4·19와 6월 항쟁도 규정은 지키지 않았다”며 판사들의 집단행동을 두둔했다. 신 대법관의 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행사에 대한 논란을 1960년 독재에 대한 항거나 1987년 민주화 운동과 맞비교하는 것부터가 적절하지 못하다.

박 대법관은 1988년과 1993년의 사법파동도 사실상 주도해 김용철, 김덕주 대법원장을 중도 하차시켰다. 2003년 최종영 대법원장 때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인사들에 대해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며 퇴직했다가 2005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용훈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으로 발탁됐다.

대법관은 후배 판사들에게 실정법과 보편적 상식에 충실한 재판을 가르쳐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박 대법관은 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사고(思考)를 부추기는 듯한 언행을 보여 왔다. 그의 영향을 받은 우리법연구회 후배 판사들이 쓴 글도 가관이다. “이곳(한국)이 아메리카의 53번째 주(州)라도 된다는 것인지…”라며 철없는 반미 성향을 드러내는가 하면 “이라크 파병은 불법에 대한 방조이자 위헌” “친일파 독재로 부(富)와 권력을 잡은 이들, 그리고 세습한 무리들은 피 묻은 손을 펴볼 생각을 하지 않고…”라는 등 뒤틀린 의식을 보여준다.

지방의 어느 30대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정기인사에 앞서 법원장님들께 올리는 글’에서 일련의 무죄판결에 대한 비판을 “전체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역비판했다. 주장 자체도 국민의 소리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아 설득력이 없지만 젊은 판사가 인사기준을 왈가왈부하는 것부터 사법부 기강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사법개혁은 사법부 내의 정치적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해체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 대법관이 그 해체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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