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세종시 문제를 신뢰의 문제로 보면서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쪽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 새로운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선다. 양쪽 모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지역적 자존감, 개발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개입됐다.
세종시는 국가 경쟁력 제고와 균형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나는 세종시 개발이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를 보완, 보충하는 완전무결한 계획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과 1시간 거리인 1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수도권의 재확장이라는, 즉 수도권과 세종시 사이만 집중 개발되는 최악의 사태도 예상해야 한다.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날개에 대응할 만한 새로운 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제대로 균형을 잡고 국가 경쟁력 강화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남해안이 수도권에 균형을 맞출 새로운 날개, 큰 대응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거점이자, 블루오션이라 확신한다. 남해안의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남해안시대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싶다. 남해안시대야말로 부산 경남 전남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으면서 상생과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국가적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는 세 지자체를 연결하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통합 교통 물류망을 확충하고 제조업 관광휴양 물류 신재생에너지 농수산업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육성하는 획기적인 개발 방안이다. 남해안이 새로운 수도권 대응축 역할을 함으로써 남해안 해양 경제축 개발, 수도권 과밀 해소, 국가균형발전,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간 상생 모델 창조라는 1석 5조의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왜 갑자기 남해안이냐고, 수도권에서 먼 지역을 개발해 봐야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남해안시대를 열어야 하는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1960년대부터 진행한 프랑스 남부해안 개발 프로젝트이다.
프랑스 파리 수도권은 당시 강력한 중앙집권정책, 교통망의 집중화,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공공기관 집중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반면, 지방은 전통산업의 쇠퇴로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됐다. 프랑스 수도권은 면적으로는 국토 전체의 2.4%에 불과했으나 총인구의 18.5%인 850만 명이 모여들어 ‘파리 수도권 이외 지역은 사막과 같다’고 할 정도였다.
심각성을 인식한 프랑스 정부는 1963년 지역 간 균형발전시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 조정해 통합적으로 추진키 위해 총리 직속으로 국토 및 지역개발기구(DATAR)를 설치하고 파리에서 900km 떨어진 지중해 남부 연안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로 프랑스는 국가균형발전,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DATAR는 2005년 경제 변화에 대한 범부처 간 업무단(MINE)을 통합하여 국토와 지역의 경쟁력을 위한 범부처 간 대표단(DIACT)으로 확대 개편됐다. 즉, 프랑스 정부는 지역개발이라는 고유 업무에 세계적 경제 변화 대응까지 맡기는 미래지향적 선택을 한 것이다.
2012년 여수엑스포는 남해안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부산과 경남의 지자체는 여수엑스포의 성공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백만 명의 엑스포 관광객이 행사만 보고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남해안이 유럽의 지중해보다 멋지고, 미래지향적이고, 풍요로운 곳이라는 이미지를 안겨서 돌려보내야 한다. 여수엑스포를 통해 영호남 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은 물론 미래 블루오션 남해안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임을 선언해야 한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개발프로젝트는 이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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