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상규]전기車보급, 교통인프라에 달렸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30일 03시 00분



4월이면 국내에서도 전기차 운행이 가능해진다. 국산 전기차는 해외에 수출되어 잘 운행되는 반면, 국내에선 관련 법규의 미비로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은 후 거의 1년 만이다. 100년 전에 내연기관의 발명이 자동차 혁명을 이끌었음을 상기할 때 내연기관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 전기차 운행은 ‘제2의 자동차 르네상스’로 견주고 싶다.

세계 주요 자동차 강국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연료 차량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가 무기화되고 국제 정세에 따라 요동치는 석유가격 때문에 경제적인 시달림을 당하는 국가는 더욱 그렇다. 최근 개최된 세계적 모터쇼에서 전기차가 높은 관심을 모은 것을 보면 전기차 시대가 곧 올 것 같다.

전기차 운행으로 운전자 행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먼저 외출하고 집에 오면 충전하는 습관에 익숙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충전플러그가 있는 곳에 주차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길이가 넉넉한 충전용 전선을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외출 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주차장, 20분 이내에 충전되는 급속충전기 설치장소도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저속 전기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도로인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전기차 운전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앞서 우선적으로 운행환경을 잘 조성해야 한다. 첫째, 전기차 충전시설의 조기 구축이다.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충전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가정 내 일반충전을 위한 시설은 물론 일반 도로나 공공시설에 급속충전기도 설치해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동차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 속성상 급속충전 시간은 15분 이내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도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생산과 충전인프라 구축은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일지는 모르나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둘째, 전기차 운행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전기차 통행 가능 여부를 알려주는 도로안내판의 정비가 시급하다. 4월에 운행될 전기차는 저속 전기차(Neighborhood Electric Vehicle)로 자치단체장이 지정한 도로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이처럼 생활권 내 시내 도로를 중심으로 운행이 허용된 전기차는 올림픽대로와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로 진입이 불가능한 도로 바로 앞에서 우회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도로표지판의 설치는 물론 인터넷이나 내비게이션 장치에 사전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과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를 구입하면 약 340만 원의 세제 혜택을 주지만 일본은 전기차와 일반 차량의 가격 차액의 상당부분을 지원한다. 또한 자동차등록세나 자동차세도 감면하여 전기차 보급이 촉진되도록 한시적이라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그 밖에도 쇼핑몰이나 공공기관 주차장에 전기차 전용주차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하다.

올해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회의기간에 한국을 찾는 해외 방문객의 교통편의를 위해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전기차를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국가이미지를 각국에 보여주는 방안은 어떨까. 이로써 국내 전기차 활성화를 도모하고 전기차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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